일진전기는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가 함께 경영하는 공동대표 체제다.

최진용 사장(58)은 대한전선과 일진전기의 현장 공장에서만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 출신 CEO(최고경영자)이며 허정석 사장(38)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가 공동으로 대표를 맡으면 오너 2세에게 '실권'이 쏠리면서 회사 내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그러나 일진전기는 오너 2세가 이례적으로 '내조'를 맡으며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최 사장은 허 회장이 '브레이크 없는 엔진'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공격적인 기질의 CEO로 꼽힌다.

외부에서 보기에 다소 무리다 싶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한 뒤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이를 달성해 내는 까닭에서다."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 적어도 9000억원은 달성할 수 있지만,그냥 '잘하자'는 목표로는 8000억원을 지키기도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 사장은 "가끔 너무 높은 목표치를 겁없이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돌아서서 후회할 때도 있다"며 웃음지었다.

반면 허정석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MBA를 받은 재무 전문가다.

최 사장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꼼꼼하게 사업성을 검토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유지하는 일은 허 사장이 맡는다.

"'브레이크 없는 엔진'의 브레이크 역할을 맡아 주는 것이 허 사장"이라는 것이 최 사장의 얘기다.

대형 인수합병(M&A) 등 일진전기의 '신수종 사업'을 고민하는 것도 허 사장 몫이다.

그러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충돌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최 사장은 최근 허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한잔 하자'고 말했다.

서로 섭섭했던 일들을 털어놓자는 의도에서였다.

최 사장이 젊었을 때 자동차 사고를 겪은 이후 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허 사장이 놀라서 달려온 것은 당연지사."인사 및 보고문제 등 서로 서운했던 일을 얘기하고 다 털어버렸지요."

최 사장은 "일진전기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도 그만큼 중요하다"며 "허 사장은 그런 점에서 훌륭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