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소화해가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부터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였으나 최근에는 조선이나 철강,화학 등 중국 관련주와 실적 호전주에 주목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관들이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이들의 매매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관 매수 전략 변화

국내 기관들은 올해 상반기 중국 관련주로 톡톡히 재미를 봤지만 코스피지수가 2000고지를 밟은 이후인 지난달 하순부터는 IT와 자동차 등 상대적으로 소외돼왔던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해왔다.

실제 기관들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전기전자 업종에서 1조1849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여왔다.

그러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후 소비 위축 우려가 본격화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국내 기관들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2000억원 이상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또 상반기 주도주였던 중국 관련주의 경우 지수 2000 부근에서 기관들이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기관들은 최근 1주일간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로 꼽히는 운수장비(순매수 2100억원)와 철강(2700억원),화학(3602억원),기계(452억원)업종에서 적극적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당초 기관들은 개학 시즌과 연말을 앞두고 IT 및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미국 내수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국 관련주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지난 24일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1000억원대 아래로 떨어졌다"며 "향후 자금 여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기관들은 실적 호전주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장세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련주 및 실적 호전주 주목

기관들은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삼성전자하이닉스,LG필립스LCD 등 대형 IT주와 현대자동차 등을 사들였지만 이달 20일 이후에는 확실한 실적 재료를 가진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20일 이후 기관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0.2%였지만 하반기에는 14%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또 내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기관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LG화학도 3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급격한 이익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건설 수주 호조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으며 호남석유화학과 현대건설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주 호조 등의 실적 재료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박건영 IMM투자자문 공동대표는 "통상 대형 펀드들은 3개월에 한 번 정도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확실한 실적 재료를 가진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