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 후레쉬 안 팔아요?'

이마트와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 납품 가격 인하를 둘러싸고 한 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농심 신라면,서울우유와 함께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와의 가격 협상에서 밀리지 않던 빅3 제품사 진로의 기싸움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이마트에 따르면 작년 9월 참이슬 후레쉬 시판 이후 이마트와 진로 간 납품가 합의를 보지 못해 1년 가까이 이마트의 서울 및 수도권 점포에서 참이슬 후레쉬가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참이슬 후레쉬의 매장 판매 가격이 940원으로 두산의 '처음처럼'과 똑같은데 납품가가 비싸 마진은 참이슬 후레쉬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마트 고객 중 '처음처럼'을 찾는 고객이 더 많고 대체 상품으로 '참이슬'을 팔고 있어 고객이 불편을 겪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진로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해 9월 참이슬 후레쉬 시판이 계기가 됐다.

진로가 법정 관리를 벗어나 2005년 하이트에 인수된 뒤 이마트는 진로 측에 납품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법정관리 기업임을 감안,다른 소주업체와 달리 공장 출고가대로 납품가를 책정하는 '호의'를 베풀어 왔지만 이제 정상적인 경영 궤도에 올라선 만큼 가격 인하를 강력히 주문하고 나선 것.이마트 관계자는 "어려울 때 도와줬던 일을 생색 내려는 게 아니라 경쟁 업체보다 납품가가 비싼 만큼 이를 낮춰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로 측은 '납품가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법정 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만드는 제품 가격은 대형 마트의 요구대로 공장 출고가 이하로 낮출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당시 이마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 마트도 똑같은 입장이었는데 유독 이마트만 가격을 낮춰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마트와의 장기전은 고객은 물론 양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마트와 홈플러스,홈에버는 진로 측이 제시한 납품가대로 참이슬 후레쉬를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와 진로 간 신경전이 장기화하면서 이마트에서 팔리는 소주 매출 비중도 시장점유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진로 소주가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50%를 회복한 지난달 이마트의 소주 매출 비중을 보면 진로 참이슬 40%,두산 처음처럼 20%,지방 소주 40%로 진로 소주의 비중이 40%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바잉 파워(구매력)를 내세워 웬만한 제조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던 이마트도 농심이나 진로 등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인 업체와는 서로 양보해 온 게 관례였다"며 "사장 교체 이후 시장점유율 50%를 다시 회복한 진로와의 일전은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