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관장 리더십 민간 대기업 수준 요구

경기도, 경영성과 계약 체결…"매년 평가시험"

공기업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산하 공기업·투자기관들과 경영혁신 계약을 체결해 다양한 혁신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는 산하 공기업들과 맺은 경영성과 계약을 통해 경영혁신을 유도하고 있으며,성과가 부진할 경우에는 공기업 사장의 연봉 삭감은 물론 해임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실적 경쟁과 혁신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방공기업도 경영혁신 추진

김주수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영혁신 계약을 맺은 뒤 전 직원을 모아놓고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고객가치 창조와 행복을 담는 기업'을 모토로 정한 뒤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적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이 제도는 내년부터 전 직원에게 적용된다.

농수산물공사는 또 가락시장 고객을 위한 24시간 등록주차제를 시행하는 등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부서별로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고 경영진 평가를 받는 등 사후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경영성과 배점표를 토대로 17개 부서별 세부 목표 확인서를 만들었다.

부서장들은 스크린도어 설치,예산 절감 방안 등의 세부 목표를 정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최근 24개 산하 기관장들과 경영성과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했다.

김문수 지사는 "한번도 시험을 치른 적이 없어 성적을 알 수 없는 기관에 대해 매년 1회씩 평가시험을 보겠다"고 밝혀 산하 공기업과 투자기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행자부와는 다르게 평가

서울시는 올해 경영성과와 결산실적을 토대로 내년 6월께 농수산물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SH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5개 산하 공기업들의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창의경영 성과평가'(20점) '고객만족도 조사'(7점) '책임경영 구현을 위한 사장의 리더십'(5점) 등 16개 항목에 걸쳐 점수(만점 100점)를 매겨 5등급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공기업 사장과 기관장들의 연봉과 예산 지원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영실적이 매우 나쁜 공기업 사장과 기관장들은 중도 해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신용보증재단 등 10개 산하기관에도 평가를 확대해 실시할 에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자치부가 지방공기업에 대해 경영실적만 단순히 따지는 반면 서울시에서는 기관장의 리더십 또는 노력에 대한 평가 비중(30%)을 크게 높이는 등 차별화하고 있다"며 "창의성과 고객만족,투명성 등 조직의 소프트웨어 요소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은 지방공기업들도 민간 대기업 수준으로 경영혁신이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기대다.

중앙정부는 방만경영 차단에 주력

중앙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조위금·수당·휴가를 지나치게 늘리는 것을 막고 조직이나 인력을 불필요하게 확대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나친 임금 인상 외에도 수당·경조사비 등을 과도하게 늘리고 새로운 휴가를 신설하고 사원 자녀들에게 입사 특혜를 주는 등의 방만경영으로 지탄받는 일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처의 경영지침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들은 이사회 개최 7일 전까지 기획처와 주무 부처에 이사회 안건을 통보하고 기획처 장관은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비상임이사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의 단체협약 과정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영지침에는 공기업들이 조직 확대나 인력 증원에 나설 경우 주무 부처를 거쳐 기획처와 사전 협의하도록 의무화하고 조직이나 인력에 변동이 있을 경우 즉각 기획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공공기관들이 지나치게 임금을 많이 받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공공기관 임금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들이 타킷이 될 전망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방만한 경영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영정보를 국민에게 자세히 공개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 감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