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폭우로 군데군데 빗물이 고인 좁은 왕복 2차선 길을 다소 과속으로 달렸다.

약속시간에 늦은 데다 차량 성능에 대한 과신(?) 때문인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물이 많이 고인 작은 웅덩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 거대한 물보라가 앞유리를 뒤덮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나 스티어링휠(핸들)은 좌우로 흔들리지 않았고 속도만 줄었을 뿐 차량의 방향도 그대로다.

안도감과 함께 BMW(뉴X5 4.8i)가 아닌 다른 차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위기'에서 벗어나자 다시 속도를 높였다.

초기 가속은 좀 느린듯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면 정신이 번쩍들 만큼 밀어붙이는 폭발력이 느껴진다.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까지 6.5초면 도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전해져 오는 낮은 굉음(엔진음)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도록 운전자를 유혹하는 듯 하다.

알루미늄 케이스의 신형 V8엔진은 최고 출력 355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전자식 6단 자동변속기는 40%나 변속이 빨라져 즉각적이고 민첩한 핸들링으로 BMW를 운전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큰 덩치 때문에 고속으로 코너를 돌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착각이다.

용기를 내서 점점 높은 속도로 코너링을 시도했는데 시속 100㎞ 이상의 고속에서도 회전하는 방향으로 차체가 쏠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너링했다.

운전자나 조수석에 앉은 동반자의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새삼 성능에 감탄하게 만든다.

고속과 저속으로,넓은 도로와 좁은 길을 장시간 운전해도 피곤함이 적은 것은 편안한 시트 덕분이다.

앉는 순간 양쪽에서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 느낌과 편안한 머리받침대는 운전을 즐겁게 만든다.

앞좌석의 시트는 최대 20개의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뉴 X5 4.8i는 훨씬 커졌다.

길이·넓이·높이(4854·1933·1766mm)는 구형 모델(4667·1872·1707mm)보다 전반적으로 크다.

널따란 이단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뒷자리에 탄 사람까지 푸른 하늘을 구경할 수 있다.

선루프를 끝까지 개방하면 순식간에 넓은 하늘이 쏟아져 들어온다.

후진시 뒷모습과 함께 회전궤도를 모니터에 표시해주는 후방 감지 카메라가 장착돼 주차하기가 쉽다.

연비 ℓ당 6.7㎞.일반인들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이 정도의 차량을 타는 사람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 싶다.

판매가는 1억2490만원.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