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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 인터뷰] 한장상 KPGA 고문 "골프든 인생이든 과욕은 禍를 부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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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윙을 하려는데 목과 허리가 삐끗하지 뭐요.

    그래서 어정쩡한 동작으로 스윙을 하다 보니 볼은 왼쪽으로 가버렸고 결국 OB가 났어요.

    아파서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더라고요.

    그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포기할까 하다가 두 홀을 마저 돌아 9홀을 마친 뒤 기권을 선언했지요.

    앞으로 더 이상 정규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산 증인'인 한장상 프로(70·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의 현역 은퇴는 이처럼 아쉽게 이뤄지고 말았다.

    지난 21일 코리아CC에서 열린 제50회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권대회 1라운드 때였다.

    한 고문은 1958년부터 올해까지 50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목디스크 때문에 서울 을지로의 한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 지난 24일에도 그는 경기도 남양주 장현그린골프연습장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를 만나 필드에서 못다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5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 대회에 출전하려면 건강이 따라줘야 했을 텐데요.

    비결이 있습니까.

    "건강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50대 중반까지 아들 뻘되는 후배들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았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철인' '강철 체력'이라고 했을 정도지요.

    그런데 역시 세월은 못 이기겠더군요.

    60이 되니 거리가 20야드가량 줄어들고 라운드 후에는 피곤을 느끼더라고요.

    한창 때는 9번 아이언 거리였는데 3번 아이언으로 쳐야 했어요.

    건강에 대해 과신하다 보니 결국 탈이 났어요.

    3∼4년 전부터 목과 허리에 이상을 느꼈는데 '괜찮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화근이었어요.

    그 때문에 지난주 KPGA선수권대회가 은퇴무대가 돼 버렸지요."

    -아마추어 골퍼들이 부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골프는 한 방향으로만 하는 운동이에요.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하는 운동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몸의 균형'이 깨집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연습이나 라운드가 끝나면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스윙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20∼30차례,좀 여유가 있으면 50∼100차례 맨손으로 자기 스윙의 반대 방향으로 스윙을 해주는 것이 골퍼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프로생활 50년 동안 각종 진기록도 많이 냈을 텐데요.

    "'양성 프로'(세미 프로)였던 1958년 제1회 KPGA선수권대회에 나갔으니 벌써 50년이 됐네요.

    굳이 내세울 만한 기록이라면 아시아와 일본을 돌며 13주 연속 대회에 나갔던 일,하루 113홀을 걸어서 정식으로 플레이한 것,새벽부터 일몰 때까지 맨땅에서 3620개의 연습볼을 친 것을 꼽을 수 있겠네요.

    엊그제 박남신이 한 홀에서 13타를 쳤는데,나는 한 홀 최다 타수를 11타로 기억해요."

    -잭 니클로스와 동갑으로,2개월 늦게 태어난 것으로 아는데요.

    "잘 못 알려진 거예요.

    나는 호적에는 1940년생으로 돼 있지만,실제는 1938년생이에요.

    KPGA 책자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니클로스와 견주기를 좋아하는데 실제 그보다 내가 두 살이 많지요.

    1968년 호주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니클로스와 함께 플레이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니클로스는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였는데 역시 다르더라고요.

    나 역시 그때 서른 살로 전성기였는데,나보다 거리가 30∼40야드는 더 나갔어요.

    한마디로 그의 플레이는 '대단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한 고문께서는 다혈질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성격은 골프에서 득보다는 해가 많지 않습니까.

    "내 성격이 다혈질인 것은 맞아요.

    그래서 게임이 안풀릴 때 클럽을 내리쳐 화를 풀곤 하지요.

    그런데 운동선수들의 정신력(멘탈)은 본인이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견뎌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1960∼70년대 일본에서 활약할 때 텃세나 야유가 많았어요.

    1972년 일본오픈에서 점보 오자키를 꺾고 우승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일방적인 응원에 야유까지….그럴 때는 표정이 안 보이게끔 고개를 숙이고 '이겨야 한다'고 다잡으며 입술을 깨물곤 했습니다.

    짧은 퍼트가 안 들어가거나 실수를 하면 조총련계로 보이는 교포들이 '동무,거 똑바로 하라우' 하는 야유를 했어요.

    그런 야유나 편파를 다 이겨내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다 보니 다혈질인 나도 정신력이 강해진 것이지요.

    최경주처럼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정신력을 강화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한국 선수들이 골프에서 강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서 잘 하는 것을 인정하지만,극히 일부예요.

    보세요.

    지금 미국 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한국 선수 40여명이 뛰는데,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선수들은 고작 10명 안팎이거든요.

    나머지 30여명은 국내 대회에서도 변변히 성적을 내지 못하는 '얼치기'들 아닙니까.

    골프할 여건이 좋아져 너나없이 골프선수를 지망하는 데다,부모들의 욕심이 극성스럽고,학벌(대학)을 따는 데도 골프가 유리한 까닭에 한국 선수들이 골프에서 명맥을 유지한다고 봐요.

    그러나 '노랑 머리'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처럼 극성스럽게 골프에 매달린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지겠지요."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는 뒷전인 채 오로지 골프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롱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에요.

    학생들이라면 적어도 출석일수의 50%는 채워야 해요.

    외국에 나갈 때 입국신청서를 못쓰는 것은 물론 자기 이름조차 한자로 못쓰는 선수가 수두룩해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학점을 따지 않으면 골프를 못합니다.

    소렌스탐이나 오초아,그리고 미국에서 공부한 박지은이 다 그랬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프로가 되잖아요.

    미국에서 박지은이 박세리보다 대접받는 이유는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골프 스윙에만 매달려요.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는 성적이 좋을 수밖에.그러나 구력이 늘고,프로가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잠재력이 고갈됩니다."

    -아마추어들이 스코어를 향상하거나 거리를 늘리는 데 조언을 해준다면.

    "스코어를 줄이려면 집중력을 키우고 쇼트게임과 퍼트 실력을 연마하는 것이 지름길이에요.

    거리는 힘이 아니라 테크닉에서 나와요.

    힘으로 치려 하지 말고,유연성으로 쳐야 거리가 더 나지요.

    평소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라운드 전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는 것은 유연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흔히 '골프는 어렵다'고 하는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추어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안돼요.

    유치원생이 '인생은 힘들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아마추어들은 골프를 즐기고,골프를 통해 건강을 누리면 됩니다.

    골프에서 과욕은 득보다 실이 많거든요.

    너무 스코어를 의식하다 보면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골프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박정희 정일권 이병철 허정구씨 등 많은 명사들에게 골프를 가르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병철 회장입니다.

    안양GC에서 한 3년 모셨는데,그분만큼 골프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애착을 갖고 있는 분을 보지 못했어요."

    글=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ksm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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