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나 다름없는 김창윤(24.휠라코리아)이 국내 프로골프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코리아골프 아트빌리지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에서 '슈퍼루키' 김경태(21.신한은행)의 연승을 막고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김창윤은 24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골프장(파72.6천440m)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정상에 올랐다.

역시 2타를 줄인 김경태를 1타차로 제친 김창윤은 TV 인터뷰를 통해 12월 결혼할 예비 신부 곽영미(26)씨에게 공개 프로포즈를 하는 기쁨도 누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선수인 약혼자 곽 씨는 지난 달 삼능 애플시티오픈에서 김창윤의 백을 메고 캐디로 나서는 등 내조 끝에 값진 결혼선물을 받았다.

김창윤은 "전에도 우승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늘 의욕만 앞섰다.

이번에는 우승 기회라는 생각없이 내 플레이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약이 됐다"고 말했다.

"약혼자가 같은 프로 선수라서 연습 과정이나 경기에서 많은 도움이 받았다"는 김창윤은 "이번 우승으로 아마 신접 살림을 차릴 아파트 평수가 넓어질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2004년 프로테스트 수석 합격에 이어 이듬해 시드선발전 1위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데뷔 과정을 거친 김창윤은 그러나 7명이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새내기 챔피언'이 쏟아진 지난해 준우승 한차례에 상금랭킹 25위에 그쳐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도 매경오픈에서 공동 12위에 올랐을 뿐 상금랭킹은 33위(2천460만원)에 그쳐 김경태가 벌어들인 상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차분하게 페이스를 지켰고 엄청난 행운까지 따라 주면서 한국프로골프 역사에서 뜻깊은 우승컵을 치켜들어 스타 탄생을 알렸다.

50번째 KPGA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오른 김창윤은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아 상금랭킹 3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오태근(30)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펼친 김창윤은 오태근이 일찌감치 무너진데다 같은 공동 2위이던 박성국(18.테일러메이드)도 중압감이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하면서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김창윤의 우승 길목을 가로 막고 나선 선수는 올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김경태.
끈질기게 따라 붙던 김경태는 17번홀(파5)에서 이글성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김경태 바로 뒷 조에서 경기를 하던 김창윤은 17번홀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 김창윤의 우승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김경태의 티샷이 오른쪽 숲으로 날아가면서 아웃오브바운스(OB)가 된 것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티를 올려놓은 볼이 두 번이나 굴러 떨어져 세번째 티업을 해야 했던 것이 불길한 징조였다.

지난해 1년 동안 OB가 불과 6개 뿐이었고 올해 대회당 한 개꼴로 많지 않은 OB가 불만이라던 김경태가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OB를 내자 지켜보던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번째 샷을 핀 70㎝에 떨어뜨려 보기로 막아낸 김경태는 17번홀에서 김창윤이 1m 파퍼트를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연장전을 대비했지만 김창윤은 18번홀에서 두 번만에 그린에 올라와 차분하게 두차례 퍼트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삼능 애플시티오픈에 이어 2연승을 올리는데다 한국프로골프 시즌 최다승(4승) 타이, 그리고 사상 첫 시즌 상금 4억원 돌파 등 숱한 기록을 OB 한방으로 날려버린 김경태는 김창윤에게 1타 뒤진 7언더파 281타로 준우승 상금 5천만원과 하나은행이 주는 이달의 신인상 트로피에 만족해야 했다.

3언더파 69타를 친 데이비드 오(26.토마토저축은행)와 1타를 줄인 김대현(19.동아회원권)이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고 4년만에 우승을 노리던 오태근은 6오버파 78타를 쳐 공동 10위로 미끄럼을 탔다.

김창윤과 함께 공동2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서 최연소 우승 기록 경신을 바라봤던 박성국은 5오버파 77타를 쳐 공동20위(1언더파 287타)에 그쳤다.

(용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