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쾌속 승진으로 40세에 대기업 부장이 된 김철수씨는 20대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찾아 왔던 두통이 요즘 한 주에 서너 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업무 마감 시간에 쫓기는 오후 3∼4시께면 뒤통수나 목 부분에서 통증이 시작돼 '머리띠로 꼭 조이는 듯'하면서도 '트럭에 받힌 듯'한 통증을 느낀다.

두통약을 복용하면 통증이 가라앉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위 간 신장에 좋지 않다 하니 겁이 난다.

# 사례 2

32세의 전업주부 이인숙씨는 한 주에 한두 번꼴로 통증이 왼쪽 관자놀이에서 시작해 전체 머리로 퍼진다.

2∼3초에 한 번씩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속이 메스껍고 심한 경우에는 구토를 하기도 한다.

두통이 오면 소음에 민감해져 아이들이 공놀이하는 것도 마치 큰 망치로 두들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15세 때 이 같은 두통을 처음 앓은 후 생긴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60∼70%가 1년에 한 번쯤 두통으로 고생한다.

물론 대부분은 김 부장과 같은 긴장형 두통이다.

일반적인 진통제가 잘 통하는 만큼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다.

이 두통은 스트레스 불안 우울 공포 적개심 분노 등이 표출되지 않고 누적돼 어깨 목의 근육을 장기간 수축시키고 한계선을 넘어설 때 발생한다.

진통제를 한 달에 보름 이상 먹는 등 남용하면 통증 신경세포가 오히려 과도하게 활동해 고질적인 약물 유발성 두통이 된다.

긴장형 두통의 경우 스트레스만 잘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씨처럼 두통으로 인해 낮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워야 하거나 일과 시간 중 직장에서 조퇴하는 사람은 대부분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일반적인 긴장형 두통과 원인이 다르고 통증도 극심하므로 차별화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편두통은 과거에는 뇌내 혈관이 수축했다가 갑자기 확장하면 주위 신경을 건드려 유발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뇌의 지나친 흥분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뇌간의 통증조절중추에 장애가 생겨 사소한 통증에도 과민반응해 편두통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평생 한 번 이상 편두통을 앓을 유병률은 8.4∼22.3%나 된다.

흔히 편두통은 한 쪽 머리만 아픈 두통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전체 편두통의 40% 정도에 불과하며 양쪽 머리가 아픈 경우가 더 많다.

또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이 혼재된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은 편두통이 남성보다 3배나 많고 증상이 더 심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통증에 훨씬 민감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60∼70%가 가족력을 갖고 있으므로 가까운 집안에 편두통 환자가 있다면 본인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연구 결과 편두통 환자의 14.4%가 응급실을 가야 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진단받아 치료하는 환자는 3분의 1도 못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편두통을 단순히 '일반 두통보다 증상이 심한 두통' 정도로 여길 게 아니라 '작은 간질'로 보고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매주 3회 이상 급성 편두통으로 고생한다면 6∼12개월간 예방치료를 한다.

항경련제(간질약)로 뇌의 과흥분을 억제하고 항우울제로 우울 증상과 편두통 발생 빈도를 낮추며 베타차단제(고혈압약)로 혈관을 안정화시키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편두통의 발생 빈도와 강도,편두통 발작 기간을 줄이고 평소 복용하는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편두통 발생 빈도가 50% 이하로 줄었다면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편두통 전문 치료제로는 트립탄 계열의 약물이 주로 쓰이는데 복용 2시간 후 통증이 호전되는 비율은 30∼60%,사라지는 비율은 20∼35%에 이르고 있다.

음식과 생활 습관도 예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초콜릿이나 적포도주 등은 특정 체질에 두통을 유발하므로 식음에 주의해야 한다.

휴일에 너무 오랫동안 자는 것도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장시간의 수면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치를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뇌내 혈관이 확장되면서 인접 신경을 압박해 편두통이 일어날 수 있다.

<주민경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