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지금 짐바브웨에선…골프 18홀 도는새 음료수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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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100만명의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가 '인플레이션 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로 공식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는 휴지조각이 됐고 경제 전반은 붕괴 직전에 몰렸다.
주요 외신들이 전하는 물가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짐바브웨의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55% 뛰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전년 대비 4350%에 달한다.
6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돼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000%를 넘어섰다.
이것도 경제정책의 과오를 숨기려는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배포한 공식 통계가 그렇다는 얘기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으로 만화 같은 진풍경도 벌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짐바브웨 골프장에서는 음료수를 사 먹고 그 자리에서 돈을 지불하려는 고객들과 나중에 받으려는 골프장 측의 승강이가 벌어지기 일쑤라고 전했다.
18홀을 다 돌고 나면 음료수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연금회사에서 더 이상 공지문을 보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이 우표값에도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다 보니 짐바브웨 공식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는 거의 휴지조각이 됐다.
짐바브웨 정부는 미화 1달러당 250짐바브웨달러로 환율을 고정시켜 놨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가 수십만 짐바브웨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짐바브웨 증시는 '세계 최고의 상승률'이라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초 2만포인트 언저리에 있던 짐바브웨 종합주가지수는 올 2월 말 100만포인트를 넘어선 뒤 6월엔 5000만포인트를 돌파했다.
1년반 만에 2500배가량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최근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3200만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짐바브웨 증시가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 원인은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급락한 데다 휴지와 다름없는 화폐를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활용해 보려는 투자자들이 모두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살인적 고물가는 로버트 무가베(83)라는 세계 최고령 독재자로부터 비롯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원래 로디지아(짐바브웨의 옛 이름)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던 게릴라 지도자였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 그는 초대 총리를 거쳐 1987년 개헌을 통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초기엔 나라가 그런대로 굴러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가난의 원인을 외국 자본에 돌리는 무책임한 포퓰리즘(대중 선동정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가 경제가 시들기 시작했다.
2000년 5월 백인 소유의 토지를 정부가 특별한 보상 없이 몰수한 '토지 개혁'이 대표적인 케이스.명분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땅을 나눠준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가베 정권을 지탱하는 군인과 경찰 고위관리들의 배만 불렸다.
이로 인해 짐바브웨 최대 산업인 농업이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외국인 소유의 민간농장 2000여 곳을 국유재산으로 돌리는 조치도 취했다.
화들짝 놀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짐바브웨를 떠났고 멀쩡하던 제조업 공장들도 문을 닫았다.
생활필수품이 품귀현상을 빚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무가베 정권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바닥난 외환보유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필품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작정 돈을 찍어냈다.
인플레이션을 자초한 셈이다.
최근엔 짐바브웨 증시에 상장돼 있는 외국인 소유 회사들의 지분 가운데 50%를 짐바브웨 국민들에게 강제 매각하라는 법안도 제정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지난 6월에는 모든 물건값을 50% 이상 떨어뜨리라는 비상식적인 법을 선포하고 이를 어긴 사업가 4만여 명을 잡아들였다.
서민들은 처음엔 값싸게 물건을 사게 됐다며 환호했지만 현실은 이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쓸만한 물건은 상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경찰과 공무원 등 힘있는 계층이 싹쓸이해 갔다.
나라경제는 무너졌는데도 무가베 정권은 여전히 내년 3월의 대선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승리하면 무가베 대통령은 88세가 되는 2013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짐바브웨의 실정으로 국민들이 최악의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조만간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살인적인 물가상승률로 공식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는 휴지조각이 됐고 경제 전반은 붕괴 직전에 몰렸다.
주요 외신들이 전하는 물가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짐바브웨의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55% 뛰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전년 대비 4350%에 달한다.
6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 악화돼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000%를 넘어섰다.
이것도 경제정책의 과오를 숨기려는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배포한 공식 통계가 그렇다는 얘기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으로 만화 같은 진풍경도 벌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짐바브웨 골프장에서는 음료수를 사 먹고 그 자리에서 돈을 지불하려는 고객들과 나중에 받으려는 골프장 측의 승강이가 벌어지기 일쑤라고 전했다.
18홀을 다 돌고 나면 음료수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연금회사에서 더 이상 공지문을 보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이 우표값에도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다 보니 짐바브웨 공식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는 거의 휴지조각이 됐다.
짐바브웨 정부는 미화 1달러당 250짐바브웨달러로 환율을 고정시켜 놨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가 수십만 짐바브웨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짐바브웨 증시는 '세계 최고의 상승률'이라는 기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초 2만포인트 언저리에 있던 짐바브웨 종합주가지수는 올 2월 말 100만포인트를 넘어선 뒤 6월엔 5000만포인트를 돌파했다.
1년반 만에 2500배가량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최근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3200만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짐바브웨 증시가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 원인은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급락한 데다 휴지와 다름없는 화폐를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활용해 보려는 투자자들이 모두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살인적 고물가는 로버트 무가베(83)라는 세계 최고령 독재자로부터 비롯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원래 로디지아(짐바브웨의 옛 이름)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던 게릴라 지도자였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 그는 초대 총리를 거쳐 1987년 개헌을 통해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초기엔 나라가 그런대로 굴러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가난의 원인을 외국 자본에 돌리는 무책임한 포퓰리즘(대중 선동정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가 경제가 시들기 시작했다.
2000년 5월 백인 소유의 토지를 정부가 특별한 보상 없이 몰수한 '토지 개혁'이 대표적인 케이스.명분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땅을 나눠준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가베 정권을 지탱하는 군인과 경찰 고위관리들의 배만 불렸다.
이로 인해 짐바브웨 최대 산업인 농업이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외국인 소유의 민간농장 2000여 곳을 국유재산으로 돌리는 조치도 취했다.
화들짝 놀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짐바브웨를 떠났고 멀쩡하던 제조업 공장들도 문을 닫았다.
생활필수품이 품귀현상을 빚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무가베 정권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바닥난 외환보유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필품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작정 돈을 찍어냈다.
인플레이션을 자초한 셈이다.
최근엔 짐바브웨 증시에 상장돼 있는 외국인 소유 회사들의 지분 가운데 50%를 짐바브웨 국민들에게 강제 매각하라는 법안도 제정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자 지난 6월에는 모든 물건값을 50% 이상 떨어뜨리라는 비상식적인 법을 선포하고 이를 어긴 사업가 4만여 명을 잡아들였다.
서민들은 처음엔 값싸게 물건을 사게 됐다며 환호했지만 현실은 이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쓸만한 물건은 상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경찰과 공무원 등 힘있는 계층이 싹쓸이해 갔다.
나라경제는 무너졌는데도 무가베 정권은 여전히 내년 3월의 대선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승리하면 무가베 대통령은 88세가 되는 2013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짐바브웨의 실정으로 국민들이 최악의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며 "조만간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