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수로 전환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물시장은 향후 증시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선물 매매의 방향성과 코스피지수 흐름이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며 공격적인 현물시장 '팔자'는 이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027억원으로 급감했고,코스닥시장에선 거래일 기준 9일 만에 314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선물 누적순매도 감소세

이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6285계약을 순매수했다. 4월20일(8610계약) 이후 4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이로써 코스피200 선물에 대한 외국인 누적순매도 규모는 6월물 만기일(6월14일) 이후 1만3898계약으로 줄었다. 지난 10일 외국인 누적순매도 규모는 4만629계약까지 증가했었다. 외국인은 13일부터 21일 하루를 제외하고 7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선물 순매수 지속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며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에 따른 시장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 개선으로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5343억원의 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선물시장 매매 형태만 보면 지수가 더이상 안 떨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이 쏠린다"고 밝혔다. 특히 "미결제약정 추이에서 신규 매수보다 기존 매도를 청산하는 환매수가 많은 게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현물이나 옵션에선 여전히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선물시장에서의 시각 변화를 상승의 '전주곡'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박스권 흐름에 무게

시장 전망은 기간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 안정에 따른 저가 매수세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매물이 충돌하면서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심 연구위원도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이어서 최근 사흘간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는 시장베이시스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매물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기간 조정을 이용해 투자 종목을 새롭게 구성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실적 호전이 확인되고 있는 조선 철강 해운주에 대한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씨티그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은행 통신 소비재 등 고배당 내수 가치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 SK텔레콤 기업은행 우리금융 KT&G 등을 유망주로 꼽았다.

씨티그룹은 한국 시장이 긍정적이긴 하나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불확실성이 좀 더 증시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