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 여력 있다면 지금 사도 늦지 않다.' 서울 용산역세권 및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 확정으로 서부이촌동(이촌2동) 등 인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이 아니면 이제라도 잡아두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단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 최소 5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접적인 개발 수혜를 받지 못하는 용산역 주변 이외 지역은 사업 속도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심한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서부이촌동 아파트 '주목'

전문가들은 당장은 개발계획 발표로 호가가 이상 급등한 상태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서부이촌동의 철거대상 아파트는 개발업자로부터 보상금을 받기 때문에 투자비용의 일정 부분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데다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권까지 확보할 수 있어 투자 매력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부이촌동에 들어설 주상복합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만큼 추가 부담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동부이촌동의 시티파크 등 주상복합 아파트 시세를 감안할 때 상당한 프리미엄이 얹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취재팀장도 "서부이촌동은 개발계획 일정이 확실해 여타 재개발지역보다 안정성이 높다"며 "보상가 책정 방식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5~10년 정도 기다릴 수 있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익 실현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무분별한 추격 매수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아파트 주인들이 대형 호재만 믿고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부를 것으로 보이는데 냉정한 수익성 계산 없이 뛰어들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업 속도와 후광 효과가 열쇠

서부이촌동 외에 용산의 부동산 투자는 각종 재개발지역의 사업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와 대규모 개발사업 후광 효과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현재 용산구는 대부분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한남동 보문동 청파동 후암동 등 재개발 예정 지역의 사업 추진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해도 사업기간이 너무 길면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용산역 개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수혜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1호선 서쪽 청파동과 남산자락 후암동의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천 와이컨설팅 사장은 "청파동은 용산역 인근이 화려하게 거듭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발전되는 곳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핵심 개발축인 용산역 주변 등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남뉴타운 지역은 한강 조망권을 확보했고 고급 주거단지에 대한 기대가 큰 데다 용산 주도심의 배후 주거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여 인기가 여전할 것으로 기대됐다.

동부이촌동 역시 투자를 해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곳'으로 꼽혔다.

개발 압력이 높은 지하철 1호선과 한강로 사이 자투리 땅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3.3㎡당 1억원을 훨씬 넘지만 용산역 앞 땅을 투자처로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할 때 언제 아파트를 분양(착공)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투자 유망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