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은 국내에서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가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산업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기업들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외환위기 때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아 과거의 지배구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부광약품은 제약업계에서 다소 이질적인 존재로 분류된다.

두 명의 오너가 30여년간 동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다,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광약품은 김동연 회장(지분율 25.1%)과 정창수 부회장(11.8%) 등 두 명의 대주주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1973년 부광약품을 인수,50%씩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의약품 수입상을 하던 김 회장과 약국을 운영하던 정 부회장이 손잡고 의약품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두 사람은 그러나 대주주 두 명이 회사를 직접 경영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정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지분의 5%씩을 각각 떼어내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윤종여 당시 사장에게 줬다.

지분의 45%씩을 보유한 오너 두명과 10%를 보유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이후 부광약품은 김 회장이 3년 정도 경영 일선에 나선 것 외에는 항상 이 같은 구도가 유지돼 왔다.

현재 대표인 이성구 사장은 2004년 5월에 선임됐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부광약품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역할 분담이 확고하게 정립돼 있다.

김 회장과 정 부회장은 매 분기에 한 번 정도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굵직굵직한 경영 현안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한다.

이 밖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한다.

이 사장은 "대표 이사가 경영을 잘 하면 오너들은 특별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며 "부광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이 더디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가 독특하다 보니 기업 문화도 여타 제약업체와 다르다.

이 사장은 "오너가 여러명이다 보니 서로 견제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일을 하지 않아 회사가 건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