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수준 이상의 공포감을 계속 주려면 공포의 강도를 점차 높여야 한다.

같은 정도의 공포만 준다면 이에 적응한 인간의 감각이 곧 무뎌지기 때문이다.

잘 만든 공포영화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공포감을 한 단계씩 높여가며 공포의 절정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영화 '회로'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의 '펄스'는 그리 좋은 공포영화라고 보기 힘들다.

처음부터 기괴한 음향 속에 귀신을 등장시켜 공포감을 조성하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연이은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한 대학생 매티(크리스틴 벨)는 컴퓨터로 퍼지고 있는 의문의 동영상이 죽음을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귀신들은 바이러스의 형태로 떠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을 덮쳐 영혼을 빨아낸다.

결국 매티는 통신 장비의 주파수를 타고 죽은 자들의 원혼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막으려는데….

귀신들이 무선랜까지 타고 나타난다는 게 원작과 다른 점.이제 통신 장비의 전원을 끄는 것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전파가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귀신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강화'된 설정은 긴장감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관객들은 '귀신들은 영화 설정상 나와야 할 때 그냥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곧 갖게 된다.

문을 닫거나 전력 질주로 귀신들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 역시 이 영화가 동양의 근원적 공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23일 개봉.15세 이상.

서욱진 기자/김유정 인턴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