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한국에서의 영업 확대를 꾀하려는 HSBC 전략과 세계 2위 은행을 디딤돌 삼아 한국을 탈출하려는 론스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맺더라도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룬다는 방침이어서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산 넘어 산'이란 분석이다.

◆HSBC "한국 사업 강화"

HSBC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꾸준한 규모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1998년에 제일은행,1999년엔 서울은행,2005년엔 다시 제일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 자생적 성장 전략을 꾀해야 했다.

그러나 HSBC는 국내 은행 인수전에서 저가 입찰 등으로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히면서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지점 확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말았다.

외환은행 인수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HSBC는 지난해 11월 말 론스타가 국민은행과 맺은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파기한 직후에도 론스타 측과 접촉을 가졌으나 7조~8조원에 이르는 외환은행의 몸값에 부담을 느껴 협상을 일단 접은 적이 있다.

하지만 론스타가 지난 6월 외환은행 지분 13%를 매각,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자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MOU 시점만 남겨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HSBC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인수 협상은 현재 MOU 체결을 위한 최종 의견조율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이르면 이달 중순께 MOU를 맺을 예정이었지만 공교롭게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져 작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SBC가 외환은행 몸값을 지불하려면 대금의 상당 부분을 채권 발행을 통해 외부에서 빌려야 한다"며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채권발행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다소 시간을 끌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고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다소 해소되면 이달 중 MOU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걸림돌 적지 않아

론스타도 인수 후보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HSBC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외환은행 인수후보로 떠올랐지만 비금융주력자로 인식돼 낙마한 DBS(싱가포르개발은행)와는 달리,HSBC의 경우 매각의 주요 관문인 감독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법원 판결 전이라도 외환은행 매각에 법률적 장애물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다만 외환은행 불법 매각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감독당국이 대주주 적격 승인을 미룰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법원이 론스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론스타로선 6개월 안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만 하면 되는 만큼 사실상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막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HSBC가 세계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SBC가 글로벌 지점망을 갖춘 만큼 외환은행 인수 후 국내영업 부문만 활용한 채 해외 부문은 분리,매각할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SBC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외환은행의 강점인 해외영업 부문을 떼어내 따로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노조 등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