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에 인수된 일본 유통업체 세이유는 올해 경영환경이 순탄치 않아 6년 연속 순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최근 밝혔다.

이쯤 되면 일본 기업인들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월마트 출신인 에드 콜로드지스키 세이유 최고경영자(CEO)는 달랐다.

점포 현대화 등 장기투자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회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세계적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이유의 실적 전망 간담회에서 나온 콜로드지스키 CEO의 주장과 태도야말로 '주식회사 일본'이 원하는 새로운 기업인상(像)이라고 최신호(18일자)에서 보도했다.

외국인의 일본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인 경영자와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경영 기풍이 일본 재계와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일본 역사 속에서 자체 개혁을 자극하는 도구로 활용돼온 '가이아츠'(외압이란 뜻)가 기업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이 잡지는 설명했다.

'가이아츠'의 사례는 르노의 닛산차 인수와 성공적 구조조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일본 상륙도 일본 커피점 체인들의 경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무수한 새 상품들을 도입,일본계 보험사들이 비슷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게 했다.

구체적인 수치로도 가이아츠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외국 기업의 일본 내 계열사 노동생산성이 일본 기업보다 60% 더 높다.

서비스업에선 80%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 기업의 M&A를 통해 일본 기업의 전반적인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ABeam 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외국 기업에 넘어간 일본 기업이 피인수 3년 뒤 평균적으로 이익이 35% 늘어났다.

일본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일본식 경영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경쟁 촉진과 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법을 개정하고 외국인들이 일본 기업을 더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FDI 유치를 총괄하는 부처를 신설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