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날개를 펴고 나는 듯

물소 떼 움직이는 모양

봉우리 모습에 탄성이 절로

중국의 자연미를 얘기할 때 구이린(桂林)을 빼놓을 수 없다.

구이린은 중국식 표현대로 '갑천하(甲天下)의 산수(山水)'를 자랑하는 곳.'신선이 되는 것보다 구이린 사람이 되는 게 낫다'는 말에서도 구이린의 그 기막힌 자연 풍경에 대한 찬사를 읽을 수 있다.

구이린 여행길의 하이라이트는 이강 유람이 꼽힌다.

구이린 외곽의 죽강에서 양삭까지 50㎞의 이강 물길을 따르는 뱃놀이다.

불쑥불쑥 기이하게 솟아 오른 석회암 봉우리며 산들이 유장한 이강 물길과 어울려 한폭의 산수화로 완성되는 모습을 한목에 감상할 수 있다.

죽강 선착장을 나선 유람선 안은 이내 탄성으로 가득찬다.

박쥐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고,물소가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 같은 형상의 봉우리 모습이 신비롭다.

유람선은 관암동굴에서 한 번 쉰다.

3층 구조의 동굴은 정말 크다.

동굴 안에는 12㎞ 길이의 강이 흐르며,출구 쪽 엘리베이터는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오르내린다.

그래서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고,보트에 올라 유람하며 구경하게끔 해놓았다.

오색 조명을 받은 동굴 안 풍경은 가위 환상적이다.

갖가지 바위 형상이 금강산 만물상을 방불케 한다.

앵무새,악어,코뿔소,거꾸로 매달린 공작 등 생김새에 따라 이름붙여진 바위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빨리찾기 내기를 하는 이도 많다.

이강 유람의 즐거움은 관암동굴을 나서면서부터 더 고조된다.

20위안짜리 중국돈 뒷면에 새겨진 구이린 산수 풍경의 진면목이 펼쳐지는 것.구마화산(九馬畵山)에 눈길이 쏠린다.

커다란 봉우리 정면의 절벽 한면 가득히 9마리의 비상하는 말 형상이 새겨 있다.

마치 군마도 걸개그림을 보는 듯하다.

3마리 이상은 찾기 힘든데 눈썰미가 좋은 이들은 그 이상도 구분해 낸다.

다른 구간에 비해 강물이 잔잔한 황포도영(黃布倒影) 일대의 풍경도 일품이다.

이강 유람은 양삭에서 끝난다.

양삭은 걸어서 1시간이면 구경을 마칠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구이린 산수의 으뜸(陽朔山水甲桂林)'으로 칠 만큼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서양의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몰린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1㎞쯤 이어지는 서가(西街) 골목에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양삭에서는 '인상유삼제'란 야외 수상공연을 봐야 한다.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이강의 물줄기와 봉우리를 무대 삼아 만든 공연물이다.

동네사람들은 물론 물소와 가마우지까지 배우로 나와 이 지역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엮어낸다.

한밤중의 짙은 어둠과 침묵,소수민족의 독특한 의상과 노랫소리 그리고 오색 조명으로 빚어내는 이미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구이린 시내 구경은 여기저기 솟은 석회암 봉우리에 오르는 게 제일이다.

구이린 시 북부 이강 근처의 첩채산이 좋다.

바위결이 비단을 포개 놓은 듯하다 해서 이름붙여진 첩채산은 해발 223m로 구이린 시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정상에 오르려면 풍동을 지나야 하는데,이 풍동에서 나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해 땀을 식히기 알맞다.

정상 나운정에서 보는 구이린 시내 전경이 멋지다.

시내를 감싸고 도는 이강의 물줄기와 4개의 호수,그리고 독수봉 같은 봉우리와 그 아래의 집들이 잘 어울린다.

이강 동쪽에 있는 칠성공원은 구이린 최대의 공원이다.

구이린 사람들이 휴일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쌍봉낙타를 빼닮은 낙타산 앞이 기념사진 포인트다.

웅호산장이란 재미있는 곳도 있다.

호랑이,곰,악어 등의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원 같은 곳인데 잘 훈련된 동물쇼로도 눈길을 끈다.

각종 동물의 행진과 말타기 묘기를 보여준다.

반달곰의 고공 오토바이 외줄타기 묘기도 아슬아슬하다.

기마병 묘기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추는 것인데 훈련을 오래 해서인지 백발백중이다.

원숭이가 기마병 활쏘기를 흉내내는 모습도 그럴싸하다.

관광객들이 호랑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시간도 있다.

호랑이가 실제로 소를 사냥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철창 우리 속에 덩치 큰 소를 풀어 놓은 다음 호랑이를 들여보내 사냥토록 하는 것.사육 중인 호랑이가 야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구이린 시내를 둘러싼 이강과 도화강,그리고 4개의 호수를 이어붙여 만든 물길을 따르는 양강사호(兩江四湖) 유람은 밤시간을 즐겁게 한다.

오색 조명을 밝힌 호수 주변 풍경이 멋지다.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중국 전통 서커스를 발레와 접목해 현대적으로 꾸민 몽환이강쇼도 볼 만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