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수익이 악화돼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던 캐피털업계가 부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수익성이 호전되면서 은행과 대기업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은행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캐피털사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고,기업들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캐피털업계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과잉 경쟁으로 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흑자로 돌아선 캐피털업계

캐피털업계는 여신전문회사 중 카드사를 제외한 금융회사들로 할부금융이나 리스,신기술금융업 등을 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는 주로 기업 설비리스에만 주력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 연쇄 도산으로 부실을 떠안으면서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경기 회복과 맞물려 사업 영역을 오토리스 의료기리스 자동차 할부금융 등으로 확대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소액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까지 영업 범위를 확장해 전체 취급액(할부금융,리스,신기술금융 합계)이 매년 1조원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다. 실적도 2005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작년까지 2년 연속 1조원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 캐피털사 인수.설립 붐

캐피털업황이 개선되자 일부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캐피털사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작년 10월 두산그룹이 연합캐피탈을 인수해 두산캐피탈로 사명을 바꿨고 올 6월과 7월에는 효성과 한국저축은행이 스타리스와 SLS캐피탈을 각각 인수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에서 만든 각종 중장비를 리스나 할부금융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고 효성그룹은 스타리스의 오토리스 영업망을 통해 수입차 판매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본업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신규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KT는 올 1월 KT캐피탈을 설립했고 금호렌터카를 통해 렌터카사업을 하고 있던 금호그룹은 금호오토리스를 세워 오토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아주그룹도 각각 4월과 7월에 할부금융과 리스를 전문으로 하는 현대커머셜과 L&F캐피탈을 세웠다.

캐피털사는 자본금 200억원 이상의 설립 요건을 갖춰 금감위에 등록하면 영업할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캐피털사 설립이 늘어나면서 2005년 말 39개였던 캐피털 업체 수는 지난 7월 말 현재 49개로 늘었다.



◆은행도 캐피털사 M&A전에 뛰어들어

은행들도 캐피털 업계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우산 안에 캐피털사가 없는 은행들이 M&A나 신규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올 들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캐피탈과 스타리스 인수전에 잇따라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한미캐피탈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 한미캐피탈의 대주주인 MBK와 인수 협상을 벌인 데 이어 다른 캐피털사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상 기업은 우리캐피탈과 한미캐피탈 외에도 CNH캐피탈한국캐피탈 등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은행의 잇단 캐피털업계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부장은 "최근 들어 캐피털사들의 주력 분야인 오토리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충분한 사업성 검토없이 서둘러 캐피털업계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