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안정… 현금성 자산 1조원 실탄도 충분

"기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분야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데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새로운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생명공학 등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SK그룹 지주회사로 출발한 SK㈜의 박영호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놓은 목표와 비전이다.

SK의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M&A가 있다는 것이다.

◆M&A로 에너지·통신 기반 마련

SK는 그동안 에너지와 통신 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과거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등 대형 기업을 인수,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특히 SK는 2000년대 들어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업종별 특성에 따라 사업의 성숙화와 집중화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M&A를 추진해왔다.

에너지 부문 강화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인수한 인천정유다.

SK의 새 식구가 된 인천정유는 사명을 SK인천정유로 바꾸고 1년여에 걸쳐 안정화 작업을 마쳤다.

SK에너지와의 원유 공동 구매,공동 수송을 통한 원유·유종의 다변화도 이뤄냈다.

또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석유제품 물량 확대 및 거래선 다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적'도 좋아졌다.

SK인천정유는 올 상반기 매출액 2조4561억원,영업이익 1조5853억원을 달성했다.

총자산은 3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M&A를 기반으로 한 통신 부문의 성장도 눈부시다.

특히 SK텔레콤의 콘텐츠 업체 인수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장기적으로 컨버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평가다.

현재 SK텔레콤은 서울음반,iHQ 등의 인수를 통해 음악 및 영상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도서분야 전문몰인 모닝365를 최근 인수해 사업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3년 싸이월드를 합병,서비스 융합을 통해 네이트 온을 업계 1위로 만들었다.

특히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곧바로 메신저 사업본부를 싸이월드 사업본부와 통합,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의 합병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검색 트렌드와 구글 등 해외기업의 진출에 맞서 차세대 검색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주사체제 전환…이젠 글로벌 M&A

SK는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M&A 무대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박영호 SK㈜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분야를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M&A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안정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면서 신사업 및 M&A 추진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SK 고위 경영진은 "언제든 M&A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 정체에 따른 신사업 찾기의 일환으로 M&A에 적극 나설 태세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최근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M&A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 놓고 있다"면서 M&A가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5~10년 이후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M&A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에너지와 이동통신 등을 포함한 전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M&A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