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급락했지만 은행주가 전 업종 중 유일하게 상승 마감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최근 상승장에서 덜 오르고 급락장에선 더 빠지며 부진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은 "은행주가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결과"라면서도 "은행권 자금 이탈에 따른 수익성 둔화와 '유동성 조이기' 정책 탓에 당장 두드러진 반등을 보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급락장서 유일하게 상승 마감 '뚝심'

14일 코스피지수 낙폭이 장중 50포인트에 육박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은행업종지수는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며 0.72% 오른 360.05로 마감했다.

국민은행외환은행이 2% 가까이 올랐고 한국금융지주도 오름세로 끝났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은행주가 가장 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은행주는 지난 5월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지수가 19.9% 오르는 동안 오히려 5.75% 하락하는 등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된 모습을 보여왔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된 7월31일 이후에도 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코스피지수보다 더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부산은행은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7.2%나 더 떨어졌고 국민 외환 하나은행 등도 4~5%대의 높은 초과 하락률을 기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된 탓에 실제 손실 규모가 미미한데도 주가 하락률은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상대주가,5년 만의 최저 수준

오랜 소외로 인해 은행주 주가수익비율(PER)은 9.3배로 추락,유가증권시장 평균 PER 12.7배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 같은 밸류에이션 갭(코스피 PER-은행주 PER)은 2001년 신용카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이래 5년여 만의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밸류에이션 갭은 대우사태 현대사태 카드사태 등 대형 금융위기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은행주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카드 매각,부실채권정리기금 환입 등 일회적 요인을 제외한 5개 은행(지주사 포함)의 2분기 실질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3.9% 늘어난 양호한 수준"이라며 '비중 확대'를 권했다.

그는 "3분기에는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유출이 둔화되고 대손비용도 하향 안정되며 이익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당장 주가를 반등시킬 만한 계기가 없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순이자마진 하락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유동성 규제에 따른 정책리스크도 남아 있어 은행주는 일정 기간 박스권 횡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10일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은행주 판촉 활동을 펼친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은행주가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점에 동의했지만,예금에서 펀드로의 가계 자산구조 변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며 적극적인 매수 의사는 나타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