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일도 없이 연구를 해요."

한국 이공계 대학 실험실을 두 달 동안 체험한 미국 공대 대학원생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공대생의 열정'이었다.

미국 과학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 EAPSI(미국신진과학도 하계연구사업)를 통해 한국을 찾은 미국 대학원생 15명은 지난 6월13일부터 두 달간 전국 15개 대학 실험실에서 한국의 대학원생들과 연구를 함께 했다.

금오공대 홍성욱 교수의 지도로 '자동차 진동'분야를 연구했던 존 다니엘슨씨(조지아텍 기계공학과 대학원)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다 지쳐 책상에서 쪼그려 자는 학생들을 보고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느꼈다"며 "장비와 규모 등 시설면에서도 미국의 실험실과 비교해 봐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이강근 교수 실험실에서 '대기오염이 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애미 맥렐리씨(오레곤대 지리학과 대학원)는 "한국 학생들이 매우 도전적이었으며 실험정신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 연구실에서 로봇공학을 배우고 있는 로버트 아이젠버그씨(드렉셀대 기계공학과 대학원)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는 이미 미국에서도 널리 알려졌을 만큼 한국의 로봇공학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11일로 연수기간이 끝났지만 기간을 1∼2주일 늘려 연구를 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공대의 연구 개발이 경제성과 상업적인 가치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학생은 "연구 개발이 지나치게 경제적인 가치만을 따지는 상용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대학의 큰 사명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고려한 원천기술과 기초 기술분야 연구는 외면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들은 덧붙여 공대생들도 인문 사회적 소양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EAPSI 프로그램은 미국과학재단과 한국과학재단이 항공료와 체제비를 반반씩 분담해 한 해에 15∼20명씩 한국의 대학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업으로 1995년부터 해오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