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금융회사들이 고유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동 지역 부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율법(샤리아)과 서양식 투자 방식을 접목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제임스 리커즈는 이슬람 신자를 고객으로 맞으면서 고민이 생겼다.

이슬람 율법이 투기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자신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를 새 고객에게 권할 수 있는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종목 가운데 부채가 많지 않거나 이자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는 기업에 한해서는 매수가 가능하다는 해법을 내놓았고 다행히 새 고객은 이를 수용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경우 샤리아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헤지펀드를 거래하기 위해 20쪽에 달하는 중개료 수수 계약서를 개정하기도 했다.

주가 하락 시점에 차입주식을 이용해 투자하는 공매도는 '아르분(arboon)'으로 불리는 계약금 방식으로 교체했다.

이슬람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카고의 데번은행은 2002년 이슬람식 금융상품을 내놓았는데 이슬람 교민사회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의 기술 관련 임원으로 데번은행과 거래하는 아메드 칸은 자신이 1980년대 말 주택을 한 채 소유하고 있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를 내는 행위가 샤리아에 맞지 않아 집을 팔아 다시 월세를 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05년 데번은행이 '샤리아에 부합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아 이를 이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자라(ijara)'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은행이 주택 수요자와 계약을 맺고 주택을 매입한 뒤 수요자로부터 구입대금의 일부와 임대료를 정기적으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수요자가 약정기간 내에 모든 비용을 상환하면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이때 주택 수요자는 샤리아가 금기시하는 이자를 물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자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지불해 은행은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