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무섭게 빠진 하루였다. BNP파리바의 ABS펀드 환매 연기 조치로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폭삭 주저앉았다.

10일 코스피 지수 80.19포인트(4.20%) 급락한 1828.49로 마감, 지난달 27일에 이어 재차 '검은 금요일'을 연출했다.

지난 80.32포인트(4.09) 떨어진 지난달 27일에 비해 액면낙차는 작지만, 백분율로는 올 들어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지난 9일 ABS시장 유동성 취약으로 운용 중인 3개의 ABS펀드에 대한 환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BNP파리바의 조치는 신용경색이 글로벌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고 해석되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급락했고, 이어 아시아 시장도 연쇄적으로 폭락을 일으켰다.

55포인트 넘게 갭 하락하며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에 밀려 낙폭이 점점 확대, 한때 1814선까지 밀렸다.

전일 찔끔 샀던 외국인은 하루만에 순매도(5249억원)으로 돌아섰고, 기관도 2858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순매도는 5436억원에 달했다.

반면 개인은 7375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식을 쓸어담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증권업종이 7.37% 내리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도 오른 종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신한지주, SK텔레콤, 현대차 등이 대폭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15개의 종목이 내렸지만 오른 종목은 97개에 불과했다.

조선기자재업체인 한국주강이 5% 넘게 오르며 급락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성원건설은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에 올랐다.

코스닥도 외국인의 매물 폭탄(365억원 순매도) 속에 790선 아래로 급락했다. 24.28포인트(2.99%) 떨어진 788.41로 마감했다.

외국계 창구로 대규모 매수 주문이 나온 하나로텔레콤(0.23%)을 제외하고 NHN,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서울반도체 등 대형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엠피씨가 LG그룹 대주주 일가 3세인 구본호씨의 투자 소식에 나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IC코퍼레이션과 세지 등 대선관련주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삼호개발, 특수건설 등 이명박 전 지사와 관련된 종목들도 초강세를 이어갔다. 2분기 흑자전환한 네오웨이브는 12.44% 치솟았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2.37%와 2.73%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3시22분(한국시간) 홍콩 항생지수는 2.85%, 상하이종합지수는 0.81% 하락 중이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