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는/ 투명한 육체/ 왕의 목// 한자루의 검(劍)이 꽂힌다// 솟구치는/ 녹슨 왕관// 연회장/ 화희(禾姬)와 치희(雉姬)에 불려온/ 유리왕.'('오프너' 전문)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송승환씨(36)가 첫번째 시집 '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를 내놨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물과 언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언어는 감성적이다.

어떠한 대상이든 말로 표현할 때는 그 상황에 따라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목도 '전선''펌프''아스팔트' 등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속의 몸체는 신선하고 풋풋하다.

그는 "시인은 모든 사물을 고정적인 의미에서 탈피시킬 수 있는 '1인 언어공화국'"이라며 "내 시로 인해 사물들의 의미가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간이 보이는 연애시들이 다른 시들의 심각한 분위기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건너편 사람들 틈에 환영처럼 그녀가 있다// 한 번 벌어지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선로 위 끊임없이 지하철이 달려온다.'('지퍼' 전문)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