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쓰는 네티즌 사이에 '굴비 엮기'가 화제다. 굴비 엮기란 연회비를 내지 않고 각종 할인혜택만 누릴 수 있는 카드들을 줄줄이 지갑에 빼곡히 넣고 다니면서 각종 혜택을 누리는 행태를 지칭하는 신조어. 신 포도는 먹지 않고 맛있는 체리만 골라 먹는 이른바 '체리피커'들은 이런 방법을 활용해 많게는 10여 장의 카드로 연회비 한 푼 내지 않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카드사들은 이런 굴비카드족(族)들이 아직 많지 않다고 보고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체리피커들 어떻게 굴비 엮나

먼저 굴비 엮기는 한 회사에서 나온 카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별도 제휴연회비는 없고 기본연회비만 있는 카드를 노려야 한다. 은행들과 일부 카드사들은 기본 연회비를 카드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장의 카드 중 플래티늄이나 골드 등 가장 높은 등급 카드의 기본 연회비만 내면 같은 등급이나 그보다 낮은 등급의 카드 연회비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A카드사에서 나온 카드 10장을 발급받아도 가장 높은 등급 카드의 기본 연회비를 내면 다른 9장의 카드 기본 연회비는 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일정 조건을 충족해 가장 높은 등급인 카드의 기본 연회비를 면제받으면 다른 카드의 기본 연회비도 내지 않는다. 최근 들어 초년도 연회비뿐 아니라 일정조건만 충족하면 다음 해 연회비도 계속 면제되는 카드가 나오고 있어 손쉽게 굴비 엮기를 할 수 있다.

굴비 엮기의 대표적 표적이 되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의 KB카드. KB카드는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와 달리 카드 사용액을 연회비와 마찬가지로 카드별로 개별 집계하지 않고 회원별로 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금융사들은 1개월 또는 3개월에 일정액 이상을 쓴 사람에 대해 각종 부가서비스나 연회비 면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회원별 실적 합산 방식은 고객에게 전적으로 유리하다. 가령 KB카드에서 나온 A카드로 월 10만원을 쓰고 같은 달 KB카드의 B카드에서 10만원을 사용했다면 이 회원은 월 통합실적이 20만원이 돼 두 카드의 사용액이 모두 20만원으로 처리된다.

굴비카드족들은 KB카드의 이런 특성을 이용,10여 장의 KB카드를 연회비 한 푼 내지 않고 부가서비스만 이용하고 있다. 기본연회비만 있는 KB카드만 발급받은 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카드의 연회비 면제조건을 충족해 다른 카드를 연회비 없이 사용하는 식이다. 연회비 면제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이마트 KB카드'나 'The CJ KB 패스카드'가 굴비카드족들의 주력카드가 되고 있다.


◆다른 카드로도 확대돼

최근 들어 굴비카드족들은 KB카드 외에 기본 연회비를 회원별로 부과하는 LG카드와 신한카드 등으로도 굴비 엮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재테크 사이트에 이런 굴비 엮기를 할 수 있는 카드들을 목록별로 정리해 서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카드사들은 아직 이런 굴비카드족들이 많지 않다고 보고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카드 담당 관계자는 "기본 연회비는 회원별로 부과하고 제휴 연회비는 카드별로 받고 있다"며 "카드를 무더기로 발급받아 연회비를 면제받고 각종 혜택만 누리는 회원들의 실태를 점검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