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개막 PGA챔피언십 출전..우즈와 우승 각축

절정의 샷을 날리고 있는 `한국산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골프 인생 최고의 목표인 메이저 우승컵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9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7천131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89회 PG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올해 두차례 우승을 따내며 상금랭킹 5위(355만3천825달러), 세계랭킹 13위에 올라 있는 최경주는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어 어느 때보다 메이저대회 제패 가능성이 높다.

최경주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서는 금자탑을 세울 뿐 아니라 세계랭킹 10위 이내 진입과 시즌 상금 500만 달러 돌파도 보장된다.

PGA 투어 안팎에서도 최경주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고 있다.

야후 스포츠는 이 대회를 앞두고 우승 후보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 이어 최경주를 3위에 올려놓았다.

영국의 도박업체 래드브록스는 최경주에게 33-1 배당을 제시했다.

우승 가능성을 가늠하는 배당률이 최경주보다 낮은 선수는 7명 뿐이다.

1위는 물론 2-1의 배당을 받은 우즈이고 20-1의 어니 엘스(남아공), 짐 퓨릭(미국), 필 미켈슨(미국)과 25-1을 받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비제이 싱(피지) 등과 큰 차이가 없다.

골프매직닷컴은 "최경주를 빼놓고 우승 후보를 논할 수 없다"면서 "곧은 샷을 구사하고 그린 플레이가 능한 최경주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첫 아시아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평가는 최경주가 지난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 우승 이후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메모리얼토너먼트부터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까지 5개 대회에서 우승 두번, 공동8위, 그리고 공동11위의 성적을 냈다.

US오픈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 '옥에 티'였을 뿐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모두 출전한 특급 대회에서 이만한 실적을 올린 선수는 흔치 않다.

초여름부터 눈에 띄는 최경주의 선전은 부쩍 높아진 페어웨이 적중률에서 나타난 정확한 드라이브샷과 쇼트 게임 능력에서 비롯됐다.

특급 대회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깊고 질긴 러프를 피해가는 정교한 티샷에 벙커샷을 포함한 그린 주변에서 파를 지켜내는 쇼트 게임,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퍼팅 능력에서 최경주는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최경주는 6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셜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스윙의 일관성이 자리를 잡았고 쇼트게임과 퍼팅도 아주 좋아졌다"면서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서던힐스골프장이 그리 길지 않은 전장이지만 페어웨이를 둘러썬 빽빽한 숲과 80개의 벙커로 무장한 까다로운 코스.
페어웨이에 경사지가 많고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이 아주 좁은데다 그린을 공략할 때도 특정 지점을 골라 떨구지 않으면 버디를 잡아내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오히려 최경주에게는 호재다.

멀리 쳐내는 장타력보다는 원하는 지점에 볼을 가져다 놓는 컨트롤샷에서는 최경주가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섯차례 메이저대회를 개최한 서던힐스골프장은 2001년 US오픈 이후 7년만에 메이저대회를 유치하면서 코스를 조금씩 고치면서 당시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최경주의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는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장애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셜에서 '나홀로 언더파'를 치며 3연패를 달성한 우즈의 존재이다.

작년 대회를 포함해 세차례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우즈는 이번 PGA챔피언십 2연패에 남다른 정성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대회에서 통산 12승을 올렸던 우즈는 올해에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했다.

1996년 프로에 데뷔했던 우즈가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1996년과 1998년, 2003년, 2004년 등 네 시즌 뿐이다.

자칫하면 올해를 메이저 우승컵 없이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첫 딸 출산 이후 가정사를 돌보느라 부산했던 우즈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드라이버샷이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는데다 자주 말썽을 부렸던 퍼팅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셜에서 조율을 마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의 위용을 갖췄다.

'우즈에게 주눅들지 않는 선수'로 유명한 해링턴도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메아저대회 2연승을 노리고 있고 미켈슨이나 퓨릭, 그리고 브리티시오픈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싱 등도 호락호락한 선수들이 아니다.

이와 함께 올해 열린 세 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모두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깜짝 스타의 등장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 세명의 메이저 챔피언이 이전에 한번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선수들이란 사실과 PGA챔피언십이 난생 첫 메이저대회 왕관을 차지하는 '새내기 메이저 챔피언'을 양산한 대회라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최경주는 9일 오후 10시55분 유럽의 강호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헌터 메이헌(미국)과 함께 티오프한다.

최경주 바로 앞조에 편성된 우즈는 10시45분 봅 트웨이, 리치 빔(이상 미국)과 함께 경기를 시작한다.

마스터스 우승자 잭 존슨(미국), US오픈 우승자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해링턴은 '메이저 챔피언조'로 묶여 10일 오전 2시10분 1번홀에서 티샷을 날린다.

이밖에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은 10일 오전 4시35분 10번홀에서, 재미교포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은 9일 오후 9시40분 1번홀에서 각각 출발한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