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공직사회 다잡기 메시지도 담겨

지난달부터 `경질설'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고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양상이 반복되던 김성호 법무장관의 거취가 결국 교체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김 장관이 지난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이다.

김 장관은 6일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사의표명 사실을 공식화했고, 곧바로 청와대는 사의표명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청와대는 "본인의 사의표명이 있었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경질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질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장관 교체설의 출발은 수개월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의 정책기조나 방침과는 어긋나는 듯한 김 장관의 '거침없는' 발언이 발단이었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외부 강연 등에서 경제 정책 라인의 기조와는 사뭇 다른 '친(親) 기업적' 발언을 한 적이 있고, 지난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때 "부정(父情)은 기특하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둘러싼 선거법 위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월11일 국회 법사위 답변에서는 "법무장관으로서 선거법 9조가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흘전 노 대통령이 자신 발언의 선거법 위반 결정의 근거가 된 선거법 9조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규정한데 비춰볼 때 법무장관으로서 파격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쾌재를 불렀고, 청와대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내 회의에서는 발언의 진위, 배경 파악에 나섰고, 김 장관도 스스로 해명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 장관 '경질설'까지 불거져 나오기도 했으나 청와대는 내부 논의끝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은 아닌 것 같다"는 쪽으로 결론짓고 일단 넘어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김 장관의 누적된 '실언'들은 올 하반기중 예상되는 일부 부처 개각시에 김 장관을 교체시킬 수 있는 사유들로 점검됐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부패방지위,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등을 거치면서 부패척결 제도수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장관이 발탁됐지만 '코드'면에서는 청와대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었고, 이 같은 김 장관의 언행이 임기말 공직사회의 기강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당초 오는 9월을 전후해서 참여정부 임기말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장관들을 중심으로 부분 개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도 만약 교체를 한다면 이 시기에 인사를 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정치권의 해석까지 가미된 김 장관 '경질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법무장관 교체 타이밍 관리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까지 공개적으로 "김성호 장관 교체 반대" 입장을 들고 나서면서 김 장관 교체 문제는 청와대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장관이 "최근 언론에 거취에 대한 보도가 잇따라 인사권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것처럼 잇따른 교체설 보도와 정치권 분위기가 법무장관 교체 시점을 앞당긴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법무부 조직이 흔들릴 지경으로 장관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렸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장관은 교체할 수 있다는 입장인 상황에서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새 법무장관 기용을 통해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고, 임기말 권력누수를 차단하는 한편 대선정국의 관리를 엄정하게 하겠다는 뜻을 이번 인선을 통해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