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16일째] 대면협상 3가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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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탈레반이 대면 협상을 원했다는 것은 창의적인 접근 여부에 따라 명분과 실리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도 협상기간에는 최소한 추가 피살을 차단하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양측이 카드로 올려 놓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다.
◆위중한 여성 인질 2명부터 석방 요구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상태가 위중해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탈레반 수감자 중 아무나 2명을 풀어주면 이들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얼굴을 맞댄다면 이 문제가 최우선적인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탈레반은 위중한 2명을 방치했다가 사망하면 살해와는 또 다른 도덕적 지탄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아프간 의료진의 인질치료는 탈레반의 불허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디가 "수감자 중 아무나 2명"이라고 조건을 낮춘 것은 탈레반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임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가 이런 틈새를 파고 들 경우 의외의 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탈레반은 병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인 명분을 얻어 추후 협상력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인질 몸값 지불
한국인 피랍 이후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게 탈레반의 거듭된 주장이었으나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인질 죄수 맞교환이 불가능한 만큼 몸값 협상으로 국면을 유도한다는 안이다. 실제 탈레반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인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납치했을 때 석방조건은 200만달러가량의 몸값이었다. 이어 지난 4월 납치했던 프랑스인 여성 구호요원을 석방한 사례도 있다. 명분은 "여성이기 때문에 석방한다"는 것이었지만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사한 미국 사례도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지의 질 캐럴 기자가 이라크에서 납치된 지 20여일 지났을 때 미군 당국은 테러 등의 혐의로 억류됐던 이라크인 400여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이라크인들의 석방이 캐럴 기자의 석방과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이후 미 언론에서는 100만달러 정도의 몸값이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몸값 흥정과 거래는 성사 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 된다. 단,섣부른 금전거래는 향후 몸값을 노린 다른 한국인 납치를 더욱 부추길 수 있어 큰 부담이다.
◆사면 통해 수감자 우회 석방 추진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 탈레반 수감자 중 중량감이 낮은 인물을 선택적으로 석방하고 이에 상응하는 수의 피랍자를 맞교환하거나,탈레반 수감자를 사면해 우회 석방하는 안으로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
아프간 권위지인 카불 위클리의 파힘 다슈티 편집장은 최근 국내 모 언론에 이 같은 접근법을 제시했다. △탈레반 고위층이 아닌 하위층 수감자 석방 △비전투요원ㆍ여성ㆍ미성년 죄수 석방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물론 탈레반이 1차 석방자로 지명한 8명의 수감자는 최고위급은 아니지만 남성 지역사령관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M지 질 캐럴 기자의 경우는 수감자 우회 석방으로 풀려난 사례로도 꼽힌다. 미군 당국은 당시 400여명의 일반 이라크인 잡범 사면자를 풀어주면서 이라크 저항세력이 석방을 요구한 5명을 슬쩍 끼워 내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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