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을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올해 들어 '상습적인'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한 달이 멀다하고 생겨나는 신당의 이름을 어떻게 줄여 불러야 하는지가 그것이다.

지면이 제약된 상황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 등 긴 당명을 기사에 그대로 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창당 작업으로 부산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신당)은 자그마치 11자에 이른다.

신당에 참여하는 시민사회세력이 '미래창조'를,열린우리당 탈당파는 '대통합'을,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은 '민주'라는 단어를 당명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생긴 기형 이름이다.

그나마 신당의 한 축인 선진평화연대가 양보해 '선진'이 들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합집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범여권이 빚어내는 웃지 못할 촌극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복잡하다.

시민사회세력을 포함해 각 정파는'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겉으로는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외치지만 내심 내년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신당의 지분에만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이다.

미래창조연대가 이날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통합민주당과의 1:1:1의 지분을 존중하기로 함에 따라 지분싸움은 일단 봉합국면을 맞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언제든 지분싸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기득권 싸움에 밀려 정당의 기본인 이념이나 정책은 뒷전이다.

창당대회를 불과 4일 앞둔 1일까지도 정강은 물론 정식 당명조차 정하지 못했다.

신당의 지역당 창당대회 때 내걸었던 '선진강국 코리아'란 구호가 "민주화 세력의 정통성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누가 구호를 만들었는지 책임소재조차 오리무중이다.

벌써부터 대통합신당이 아니라 '대분열 신당'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빅2'의 대결로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한나라당의 경선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급하다보니 '대충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임한 결과다.

지금과 같은 통합 방식과 지분다툼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긴 어렵다.

오로지 그들만의 리그만이 존재할 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미래창조니 대통합이나 하는 거창한 수사가 아닌 진정성과 자기 참회의 모습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