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아프간 협상력에 정부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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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희생자가 두 명으로 늘었지만 인질석방 협상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타협을 모르는 탈레반 최고 지도부가 협상권을 장악한 정황이 굳어지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이들이 요구하는 탈레반 죄수 석방 불가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마땅한 카드가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청와대는 31일 정부 성명을 발표,탈레반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협조를 호소했다.
청와대 측은 "이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기대이자 무장단체 측에 우리의 한계를 설명하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판단 믿을 수 있나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여러차례 제시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30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심성민씨를 살해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에 통보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단을 이끄는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가 2시간여 전 TV에 나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하는 데 탈레반이 동의했다"고 말했으나 오판이었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푸 아마디는 이날 오전 "협상 시한을 수요일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며칠째 철야 근무를 했던 청와대와 외교부 대책반이 시한이 연장됐다는 아프가니스탄 측 말만 믿고 자정 넘어 대부분 철수했다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측에 협상권과 상황 판단을 맡기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죄수 석방에 전혀 의지가 없고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뢰 구축도 못하고 있다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탈레반 지도부 협상권 장악한 듯
아마디는 "협상 시한은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지도자 위원회가 내린 결정"이라며 최고 지도자 오마르의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무하마드 오마르는 2001년까지 정권을 장악했다가 미국의 침공 후 파키스탄으로 달아난 탈레반 지도자다.
이슬람 근본주의 교리와 명분을 중시하는 탈레반 최고 지도부가 한국인 인질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면 몸값 협상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카라바그 부족 원로를 내세운 협상전략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사태 초기 정부는 아마디가 가진 정보가 사실과 다를 때가 많고 납치 세력이 몸값 흥정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아마디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판단착오였거나 협상권이 카라바그 지역 무장세력에서 탈레반 중앙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군사작전 가능성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고 있지만 정부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탈레반이 죄수 석방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결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고 국제사회에도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천 대변인은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좌시하지 않고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작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명 피해 가능성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천 대변인은 "대화 노력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타협을 모르는 탈레반 최고 지도부가 협상권을 장악한 정황이 굳어지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이들이 요구하는 탈레반 죄수 석방 불가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마땅한 카드가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청와대는 31일 정부 성명을 발표,탈레반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협조를 호소했다.
청와대 측은 "이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기대이자 무장단체 측에 우리의 한계를 설명하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판단 믿을 수 있나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여러차례 제시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30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31일 오전 1시) 심성민씨를 살해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에 통보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단을 이끄는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가 2시간여 전 TV에 나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하는 데 탈레반이 동의했다"고 말했으나 오판이었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푸 아마디는 이날 오전 "협상 시한을 수요일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며칠째 철야 근무를 했던 청와대와 외교부 대책반이 시한이 연장됐다는 아프가니스탄 측 말만 믿고 자정 넘어 대부분 철수했다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측에 협상권과 상황 판단을 맡기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죄수 석방에 전혀 의지가 없고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신뢰 구축도 못하고 있다면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탈레반 지도부 협상권 장악한 듯
아마디는 "협상 시한은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지도자 위원회가 내린 결정"이라며 최고 지도자 오마르의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무하마드 오마르는 2001년까지 정권을 장악했다가 미국의 침공 후 파키스탄으로 달아난 탈레반 지도자다.
이슬람 근본주의 교리와 명분을 중시하는 탈레반 최고 지도부가 한국인 인질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면 몸값 협상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카라바그 부족 원로를 내세운 협상전략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사태 초기 정부는 아마디가 가진 정보가 사실과 다를 때가 많고 납치 세력이 몸값 흥정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아마디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판단착오였거나 협상권이 카라바그 지역 무장세력에서 탈레반 중앙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군사작전 가능성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고 있지만 정부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탈레반이 죄수 석방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결정권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고 국제사회에도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천 대변인은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좌시하지 않고 우리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작전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명 피해 가능성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천 대변인은 "대화 노력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