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남자 인질 1명을 추가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30일(이하 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격인 유수프 아마디는 "우리는 여러번 협상시한을 연장해 왔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결국 협상시한이 지남에 따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31일 새벽 1시) '성신(Sung Sin)'이란 이름의 한국인 남자 인질 1명을 AK-47 소총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인질 명단 가운데 가장 가까운 이름은 심성민씨(29)다.

아마디는 또 "살해한 인질의 시신을 가즈니주(州) 카라바그 지역에 버렸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살해한 것은 지난 25일 고(故) 배형규 목사에 이어 닷새 만이며,추가 살해가 현실화됨에 따라 향후 협상이 안개속으로 빠졌다.

앞서 한국인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지역인 가즈니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무장세력이 탈레반 재소자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협상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탈레반 측은 이날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맞교환을 요구하며 "여성 인질까지 살해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아마디는 AP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탈레반) 죄수 석방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질들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익명의 한 탈레반 사령관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으며 인질 처형을 시작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보도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일원으로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인 마흐무디 가일라니는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면서 "아프간 정부 방침은 (탈레반) 죄수를 석방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탈레반은 여전히 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아프간에서 대통령 특사로 활동 중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피랍자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2~3일 더 체류토록 지시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