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압력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 측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기본급)을 무려 15%나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은 현재 월 57.5달러(사회보험료 포함)에서 66.125달러로 크게 상승한다. 이는 베트남 근로자의 기본급(약 80달러) 대비 80%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임금에 잔업수당.특근수당 등을 같은 비율로 인상할 경우 입주기업들이 부담하는 근로자 1인당 실질 임금은 최고 92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현재 실질 임금은 70~80달러 선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북측에 제안한 5%를 인상할 경우에도 근로자의 월 임금은 60달러(60.375달러)를 넘어선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임금을 올려 줌으로써 생기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해마다 임금 인상을 되풀이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은 현재 개성시의 가용 노동력인 3만여명의 절반인 1만6000명이 취업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평양 등 외지에서 인력을 데려와야 하는데,이럴 경우 관리비용 등이 증가한다며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입주기업들은 최근 들어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노동력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 임금인상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최근에는 20대 근로자를 신청해도 30-40대가 오는 경우가 잦아 생산성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정치적인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개성공단의 경쟁력으로 판단하는 '값 싸고 질 좋은' 조건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시간당 임금은 0.29달러(2006년 기준)지만 인력을 자유롭게 재배치하거나 해고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0.35달러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임금까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 베트남(지난 2월 기준 0.46달러)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