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9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팔아치운 물량만 3조원이 넘는다는 점 등에서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26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외국인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관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예전보다 커지고 있어 향후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7일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지속 상승으로 숨이 찬 시장이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에 한번은 휘청거릴 수 있지만, 고민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국내 증시의 PER(주가수익배율)이 13배를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은 팔아야 정상이라고 설명.

서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은행업종의 보유 비중은 유지하고 있다는 점, IT의 비중은 늘리고 있다는 점 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증권은 외국인 매도 규모가 더 커질 경우 시장이 기간 조정뿐 아니라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거치식 펀드의 합류로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한두달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응하는 외국인 매도 역시 계속될 것으로 전망.

이 증권사 황금단 연구원은 "1700선을 돌파한 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6.7조원)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잔고 증가액(6.5조원)이 거의 일치한다"면서 "지금과 유사한 규모의 펀드자금이 들어올 경우 외국인 매도는 6~7조원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중 확대를 위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팔아치웠던 지난해처럼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

황 연구원은 "무디스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했고, 중국 증시가 두달간 조정을 거친 바 있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신용 경색으로 확산돼 금융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날 경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이 동반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판단.

실제로 이날 새벽 미국 증시는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한때 3% 이상 폭락하는 약세를 기록했다.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도 급등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도 다시 부각됐다.

삼성증권은 "세계 증시의 동반 강세가 풍부한 잉여유동성과 과감한 위험선호 현상에 기인한 것이어서 이번에 불거진 신용 리스크가 세계 증시에 일정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분기까지 주식형펀드와 외국인의 접전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기관의 매수보다는 외국인 매도에 더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판단했다.

공격적인 스탠스에서 한발 물러나 중립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부분적인 차익 실현과 종목 슬림화를 통해 위험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