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은 화두를 던질 뿐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올해로 최고경영자(CEO) 경력 7년째인 이우희 사장은 '꿈꿀 줄 아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고 정의한다.

"정치조직이든 사회조직이든 기업이든 좋은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꿈꿀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죠.2001년 에스원에 처음 왔을 때 세전이익은 200억원에 불과했고 그룹 내 위상도 낮았죠.그래서 직원들에게 '세전이익 1000억원을 내는 회사'를 만들자고 했어요. 직원들에게 꿈을 던져준 거죠."

물론 꿈을 꾸는 게 좋은 리더의 전부는 아니다.

이 사장은 "꿈이 꿈으로만 끝나면 백일몽에 불과하다"며 "좋은 리더의 두 번째 조건은 꿈을 현실화시키는 실천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조건도 붙는다.

그는 "좋은 리더는 꿈을 꾸되 너무 구체적인 것까지 정해주면 안 되고,꿈을 실현하는 일은 부하직원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이것이 좋은 리더의 세 번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불교에서의 깨달음을 예로 들었다.

"예부터 뛰어난 선승들은 화두를 던집니다.

대표적인 화두가 '이 뭐꼬'(이것이 뭐냐)라는 겁니다.

그런데 선승은 화두를 던질 뿐 '이 뭐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화두를 받아들이는 제자들이 자기만의 수행과 정진을 통해 각성하라는 생각에서죠.만약 선승이 '이 뭐꼬'란 화두를 푸는 방법까지 말해준다면 뛰어난 제자를 배출할 수 없어요.

리더도 이처럼 좋은 꿈(화두)을 자기가 나서서 이루기보다 부하직원들을 움직여 이루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 사장은 좋은 리더의 전형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꼽았다.

"이 회장도 경영 화두를 던지지만 이를 실천하는 일은 전적으로 사장들에게 맡깁니다. 그런 점에서 꿈꾸는 리더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회장처럼 반할 만한 리더 밑에 왔다는 게 우리(삼성 직원들)한테는 복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