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체를 운영하다 2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최상덕씨(가명·61)는 요즘 골프 재미에 푹 빠져 산다.

현역 시절에는 바이어들과 주로 접대골프를 했지만 최근엔 부인이나 친구들과 여유롭게 주중 라운드를 즐긴다.

최씨는 "회사를 운영할 때에는 주말마다 새벽에 일어나 1시간 이상 차를 몰고 골프장에 가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골프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경제적이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너무 컸다"며 주중 골프 예찬론을 폈다.

현대적 소비문화에 익숙한 '웰시 시니어(wealthy senior)'들이 레저문화를 바꾸고있다.

이들이 골프는 물론 스키 헬스 해외여행 뮤지컬 등 이른바 고급레저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면서 '주중 레저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평일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춘천가도를 줄지어 질주하는 오토바이 애호가들의 대부분이 50대인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11시 콘서트'의 인기도 시니어 계층 덕분이다.

특히 주중 골프는 날로 인기를 더해 간다.

공직에서 은퇴한 한승우씨(가명·57)의 경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여러 골프장의 주중 회원권을 나눠 구입한 뒤 이른바 '골프장 전국순례'를 다닌다.

전국 일주를 하는 기분으로 골프도 치고 각 지방 명소에 들려 관광도 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에이스 회원권 거래소의 송용권 실장은 "주중 회원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것은 경제적이면서 투자가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주중 회원권 가격은 주말 라운딩이 가능한 일반 회원권의 10~30% 정도에 불과하다.

중산층도 구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경기도 분당 인근에 위치한 강남300의 경우 일반 회원권은 현재 3억4000만원을 웃돌지만 주중은 73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산도 일반회원권이 5억3000만원인 반면 주중 이용권은 6000만원 정도다.

게다가 주중 골퍼 수요가 늘어 나면서 회원권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투자가치도 있다.

과거엔 웬만한 골프클럽의 주중 회원권은 5000만원 이하에서 거래되었지만 최근에는 1억원이 넘는 주중 회원권도 속속 등장하고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아시아나의 주중 회원권(개인)은 2년 전 7000만원대였으나 올 들어서는 1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초 주중 회원 150명을 모집한 경기도 광주의 이스트밸리CC는 공식 모집 기간인 열흘이 되기도 전 마감이 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이 골프장 주중 회원 입회금은 계좌당 개인 1억2000만원,가족 1억7000만원으로 웬만한 골프장의 일반회원권 분양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경기도 가평 마이다스밸리GC도 회원들 추천에 한해 계좌당 1억6500만원의 입회금을 받고 주중 회원 170명을 모집한 바 있다.

주중 회원권 구입자들 중 상당수가 은퇴자금 등으로 여유 있는 시니어들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 투자와 달리 수시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도심 근교에 있는지,부킹이 잘 되는지 여부 등으로 블루칩을 판별하기가 쉬운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성상용 렉스필드 사장은 "시니어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회원권 활용률이 높다"면서 "주말 회원권은 법인을 중심으로 투자 가치 목적이 큰 데 반해 주중 회원권은 실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주 신원 사장 역시 "주중 회원권이 있는 골프장은 시니어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면서 "주중 골프를 즐기는 시니어 회원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