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의원입법으로 신설 강화되는 규제에 대해서도 영향 분석이 이뤄질 수 있는 규제 심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17대 국회 들어 의원 제출 법안이 전체 법안의 70%를 넘고 제정 또는 개정되는 법률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와 협의해 의원 입법으로 만들어지는 규제 법안은 별도의 심의기구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법제처도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크게 늘어난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보고했다.

◆의원입법이 졸속 규제 양산

그동안 의원입법이 졸속 규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여론 수렴 과정이나 규제 적절성에 대한 여과 장치 없이 만들어진 '선심성 법안'이 정부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도시가스 공급사들이 맡은 지역에서 수용가가 원하면 의무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취약지역에 사는 서민층도 값싼 도시가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공급사들로부터 사업성을 무시한다는 반발을 샀다.

결국 산업자원부 등이 중재에 나서 의무 공급시설 설치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2005년 4월에는 건축사가 설계해야 하는 건축물 종류를 넓히는 법안이 의원 발의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두 달 뒤 건설교통부가 예외 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법안을 추진하면서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의 논란을 피하려고 의원입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까지 확대한 주택법 개정안,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은 정부안을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통과시킨 대표적인 규제법안이다.

최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타 부처와의 이견을 덮어두고 의원입법 형식을 빌려 특수고용직법을 밀어붙이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회 차원의 심의기구 마련

이처럼 의원입법안이 상대적으로 졸속 추진되거나 기존 규제 체계와 맞지 않아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자 국회 차원의 심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제도상 의원입법으로 상정되는 법안에 대한 규제 개혁 차원의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국회 역시 이런 문제점을 인식,2004년 7월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1년의 존속 기한을 마치고 2005년 해산됐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특별위원회를 상설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