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베이징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쿤룬호텔은 정장 차림의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한국에서 급파된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이었다.

중국 시장의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모든 사업부문이 나서 중국을 지원하라"며 총동원령을 내린 직후다.

본사에서 연구개발 판매 마케팅 상품 부품개발 분야의 임직원 4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조직인 'C(차이나)-프로젝트팀'과 관련 임직원들이 설영흥 중국담당 부회장 주재로 원가절감 대책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위기돌파 해법을 찾고 있었다.



◆원가절감과 브랜드 개선이 해답


연이은 비상대책회의의 초점은 판매부진 원인 분석과 타개책에 모아졌다.

얻어진 결론은 현지 부품조달 비율을 늘려 원가를 혁신적으로 절감하고,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회의 결과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원가를 대폭 줄여 경쟁사들의 가격인하 공세에 대응키로 했다.

특히 자동차용 플라스틱이나 철판 등 소재 분야에서 현지조달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베이징현대차 노재만 총경리(부사장)는 "그동안 엔진과 수동 변속기를 국산화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했다"며 "이제부터는 재료비를 좀더 떨어뜨리기 위해 소재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또 "같은 수준의 제품을 내놓고도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니까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베이징현대가 할 수 있는 공익활동이나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형 맞춤 신모델로 승부


현대·기아차는 각각 제2공장에서 나올 신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아차는 오는 10월 상하이 인근의 옌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한다.

기아차는 1단계로 연산 15만대 체제를 가동,기존 1공장(연산 13만대)과 함께 연 28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2공장에서는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춘 '중국형 쎄라토'를 양산할 예정이다.

연말께는 쎄라토 해치백 모델을 추가로 생산한다.

1공장에는 스포티지를 투입,제품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아차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종이 4종(리오 쎄라토 옵티마 카니발)에서 6종으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내년 5월 기존 1공장 인근에 2공장을 완공한다.

2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신형 엘란트라(HD)를 비롯한 4개 차종을 생산하게 된다.

특히 신형 엘란트라는 철저한 중국형 모델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베이징현대차 정명채 차장(판매기획부)은 "내년에 선보일 중국형 엘란트라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품이 아닌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별도로 디자인한 중국시장 맞춤 차량"이라며 "중국에서 팔리는 동급차량을 분해해 400여개의 아이템을 비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