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김모씨(경제학·35)는 올해 교수 공개 채용 지원을 포기했다.

2003년 9월부터 고려대가 내건 '신규 임용 교수는 100% 영어 강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에서만 공부해 영어 강의는 부담스럽다"며 "나 같은 사람들 중 100% 영어 강의가 가능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에 따라 승진과 연봉의 격차가 벌어지는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영어 격차)' 현상이 교수 사회를 바꾸고 있다.

국제화가 슬로건인 고려대의 경우 영어 강의 능력이 교수 평가의 주요 지표로 자리 잡았다.

새로 임용된 교수들은 일주일에 6시간의 수업을 의무적으로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의무시간 외 추가 강의료는 한국어의 경우 시간당 2만2900원인 데 반해 영어는 8만2000원으로 3배가 넘는다.

이두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영어 때문에 고려대 교수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영어 강의 조건이 없어도 지원 못할 실력"이라며 "외국에서 강의를 하다 온 교수들은 오히려 영어 강의가 편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에서는 영어 강의를 못 하는 교수들은 승진이 어렵다.

교수 업적평가에서 영어 강의를 하는 교수들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이 높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별도다.

3학점짜리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면 한 달에 115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영어 인센티브'에는 정교수와 전임강사의 구별이 없다.

서울대도 처음 영어 강의를 할 경우 강의 개발비 명목으로 강의당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3개의 영어 강의를 개발하면 4개를 개발한 것과 같은 1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은 영어 강의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는 영어 강의에 한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해 학점을 주고 있다.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면 교수가 모든 학생들에게 A학점을 주는 게 가능하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