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ㆍ편곡가 출신으로 가수 데뷔 음반 발표

"전자음악이 차갑다는 것은 선입견이죠. 기계음으로도 쓸쓸한 서정성을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윤상과 공일오비 등은 1990년대 국내 가요에 전자음악을 접목,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당시로는 최첨단 사운드였던 기계적인 전자음이 가요 특유의 감성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독특한 서정미가 만들어진 것.

최근 국내 음악계에 1980~90년대 복고풍 음악이 유행하는 가운데 1990년대 일렉트로니카풍 가요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가수가 등장했다.

이미 작곡가와 편곡가로 10년 가까이 활동해 온 포스티노(본명 이준호ㆍ28)다.

그는 최근 발표한 데뷔 음반에서 경력을 과시라도 하듯 1인다역 노릇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컴퓨터프로그래밍과 프로듀싱은 물론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ㆍ작곡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자음악에 기반한 음악. 대부분 컴퓨터가 만들어낸 소리에 의존하고 있지만, 묘하게 서글픈 느낌을 자아낸다.

"일렉트로니카에 기반한 팝이 아니라 팝ㆍ가요에 일렉트로니카 느낌을 가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하고 싶었던 음악들이죠. 4~5년 전부터 꾸준히 만들어온 곡들로 음반을 채웠습니다.

전자음악은 애초부터 소리가 쓸쓸한 편이라고 생각한는데, 저는 이번 음반에서 슬프지만 참는 절제된 음악을 시도했어요.

10대에게는 새롭지만 제 또래에게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이 될 겁니다."

그는 이기찬의 '고백하는 날' '그대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니다' '이연', 신승훈의 '게으름벵이의 어느 날 아침', 이수영의 '이별' 등을 작사ㆍ작곡하며 그동안 가요계에서 꾸준히 이름을 알려왔다.

또 윤종신 모세 SES 이정봉 인순이 박정현 박미경 등의 음반에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 다양한 부문의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번 음반에서도 유명 가수와의 친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기찬은 자신의 8집에 수록됐던 '그대 없이 난 아무것도 아니다'를 새로운 편곡 아래 다시 불렀고, 정석원도 타이틀곡 '동감'의 피처링을 맡았다.

특히 정석원은 공일오비 시절부터 포스티노가 존경했던 가수.

"제게 큰 영향을 준 뮤지션이죠. 바라만 보다가 4~5년 전 우연히 만나 함께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동감'은 제가 몸담았던 모기밴드 시절 만든 곡인데 편곡을 마무리할 때쯤 막히는 부분이 생겨 석원 선배에게 모니터를 부탁했죠. 석원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쉽게 어려움을 해결해 줬어요.

혼란스러운 감정을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작곡가, 프로듀서로 한창 지명도를 쌓다가 '돌연' 가수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처음부터 가수를 할 생각이었다"며 "그동안 일은 해야 하니까 작곡, 편곡 등을 맡았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폭넓은 공부를 하기 위해 조만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미디어, 영상, 사운드 엔지니어링 등을 익히고 싶어서다.

그는 "앞으로 내 음악에 영화적 요소를 섞고 싶다"면서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성악가 이인범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피아니스트인 할머니와 팝송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좋은 음악을 듣고 자랐다"면서 "할아버지만큼만 음악을 해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3일 오후 8시 홍익대 인근 클럽 프리버드에서 데뷔음반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펼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