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기 외채 급증과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에 '세제 혜택 축소'라는 칼을 꺼내들 태세다.

외은 지점이 본점으로부터 들여오는 외화차입금에 대한 손비 인정 한도를 축소해 원화 수요를 줄여보겠다는 카드다.

금융계에선 재정경제부의 이 같은 방안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지만,조선업체들이 환위험 회피를 위해 선물환매도 계약을 맺는 데 어려움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 같은 정부의 단기 외화 차입 규제 방침으로 인해 전날보다 1원30전 오른 920원90전으로 마감했다.


◆차입금 한도 축소 검토

재경부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까지 단기 외채가 659억달러에서 1297억달러로 두 배 늘고 원·엔 및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 배경에는 외은 국내 지점이 세금제도를 활용해 무분별하게 외화차입금을 늘린 것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국법인(외국법인의 국내 사업장 포함)의 차입금 중 국외 지배주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국외 지배주주가 출자한 지분의 3배'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차입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에선 외국계은행 서울지점과 같은 금융업의 경우 출자 지분에 대한 차입금 배수를 6배로 늘려 적용하고 있다.

재경부는 외은 지점에 대한 외화차입금 손비 인정 한도를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3배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이것이 외환시장 교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영향 올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외은지점의 총자본금은 3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손비 인정 한도를 6배에서 3배로 줄이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외화차입금이 22조3000억원에서 11조원 규모로 줄어들게 된다.

만약 외은 국내 지점이 22조3000억원을 외화차입금으로 계속 쓸 경우 8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외은 국내 지점은 외화차입금을 상당히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은 외화 차입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에서 달러를 구해야 하므로 달러 수요 증가→단기 외채 감소→원·달러 환율 상승→국내 기업 수출여건 호전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계산이다.

문제는 조선업체의 선물환매도 계약이다.

외은 국내 지점은 본점으로부터 들여온 외화차입금의 상당액을 조선업체들이 매도하는 선물환계약을 받아주는 데 사용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화차입금이 줄면 조선업체들이 환위험을 헤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화차입금 감소는 선물환계약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높아지는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과거와 같은 거래 형태를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수주계약을 맺는 시점의 환율로 공급계약을 확정하도록 내부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이 1800원 수준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도 유효한지 조선업체들이 냉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