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와 뉴코아·홈에버 등 이랜드그룹 유통계열사 소속 노동조합원 5000여명이 비정규직 근로자 정리에 항의,8일 뉴코아 강남점 등 이랜드 계열 점포 12곳에 대한 점거·농성에 나서 이들 매장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차,3차의 기습 점거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혀 지난 1일 시행 이후 불거지고 있는 비정규직법 파동이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경찰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및 이랜드 소속 조합원들은 뉴코아 강남점 외에도 안양 평촌 NC백화점,뉴코아 일산·야탑·인천·순천·울산·부천중동점과 홈에버 월드컵몰·시흥·면목·중계점 등 총 12개 매장에 대한 점거를 시도했다.

회사 측이 시설 보호를 위해 요청한 경찰 병력이 매장 입구를 봉쇄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랜드 측은 이날 하루에만 총 65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 측은 뉴코아가 지난달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근로계약이 만료된 일부 계산직 근로자들에 대한 재계약을 포기하고,계산직 전원을 용역직으로 전환한 데 대해 근로조건이 오히려 악화됐다며 항의 농성을 계속해 왔다.

이랜드 측은 민주노총까지 가세,점포 점거 시위를 확대하는 등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되자 "정부와 민주노총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며 "이성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지 않는 한 오늘을 시작으로 전국의 홈에버,뉴코아 점포를 차례로 점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전국에 뉴코아와 홈에버 점포를 각각 17개,33개 운영하고 있다.

이날 매장 점거는 예고된 마찰이었다.

회사 측은 지난 1일 비정규직 법안에 기초해 합법적으로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처우를 마무리했다는 입장이고,노조는 회사가 '비정규직 직원의 용역직 전환'을 철회하지 않는 한 현업에 복귀할 수 없다고 평행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랜드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법 철회'라는 정치적인 구호를 내걸고 이랜드 문제에 뛰어들면서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한편 이랜드 노사 양측은 이날 협상을 재개,매장 점거 사태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서로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 숙의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