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국민연금의 우리금융지주 경영권 인수에 대해 사실상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우리금융 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현행 관련 법규상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금융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배권 행사에도 부정적 입장이다.

국내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주체를 선뜻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자본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최근 금산분리 완화를 역설하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경영권 인수는 안 돼"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경영권 인수 논란과 관련,재경부에선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불가능할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연기금이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기업을 인수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납입자를 위한 자산운용이 전문인 연기금의 본질상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잘 경영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재경부는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인수 길을 터주기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은 고려치 않고 있다.

재경부는 차제에 국민연금투자부문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3월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

국민연금 인수론이 물 건너간 이상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규정된 매각 시한(2008년 3월)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블록세일 방식의 지분 매각도 여의치 않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21일 5%의 지분을 블록세일로 여러 기관투자가에 매각했을 때 '향후 3개월간 추가 매각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매각 주간사와 맺었다.

이 같은 협정이 증권시장의 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마다 5%씩 팔아도 내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15% 남짓밖에 팔 수 없다.

이 경우 예보 지분은 73%에서 58%로 낮아지는 데 그쳐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로 남게 된다.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경영권을 넘기는 방법이 있지만 토종 자본에서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다.

국민은행과 신한지주는 독과점 문제가 걸릴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금여력이 될지 재경부는 의심하고 있다.

토종자본으로 국한한다면 매각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산분리 재고해야"

재경부는 내부적으로 매각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국회엔 매각시한을 3년 연장하자는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의 입법안,아예 시한을 폐지하자는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의 입법안이 올라와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대안과 관련,"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을 10∼15% 가져가고 국내 금융회사가 35∼40%의 지분을 매입해 50%가량을 국내 자본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각한다고 해도 내년 3월 시한을 지키긴 어려울 듯하다.

재경부 일각에선 오히려 금산분리 원칙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를 허무는 대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보완장치를 철저히 마련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