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國, 오일머니 앞세워 인도 등 M&A나서

중동이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통신회사들이 IT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데다 최근엔 중동 국가들의 이동통신 시장이 하나 둘 외국인에게 개방돼 세계 주요 통신회사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사우디 텔레콤이 말레이시아 모바일 업체인 막시스 커뮤니케이션스의 지분 25%와 이 회사의 자회사인 막시스 인도네시안의 지분 51%를 사들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텔레콤은 또 막시스 커뮤니케이션스와 공동으로 인도 시장에 9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모하메드 알 자세르 사우디 텔레콤 회장은 "막시스와 함께 인도시장을 공략해 세계 통신 시장의 리더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의 시장조사 업체인 아랍 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 앤드러위스 스납바는 "사우디의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인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가 인도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인도 통신시장의 엄청난 성장속도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수가 가장 많은 나라에 등극했다. 2006년 한 해 동안에만 7356만명의 소비자가 휴대폰 서비스에 새로 가입했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97%에 달한다. 중산층의 경제력 향상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휴대폰 통화료(분당 2센트)가 시장을 급팽창시켰다. 인도의 이동통신 총 가입자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1억49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10억명이나 돼 가입자 수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밖에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카타르 텔레콤은 지난 3월 쿠웨이트 2위 휴대폰 업체의 지분 37억달러어치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집트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은 13억달러를 투자해 허치슨 텔레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의 지분 25%를 취득했다.

중동 통신회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세계 주요 통신회사들은 중동지역 통신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시장의 문을 열어 젖힌 카타르가 대표적. 파이낸셜뉴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을 비롯해 영국의 보다폰,인도의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스 등 총 12개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카타르 제2 이통사업권 획득을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 현재 카타르 이동통신 시장은 국영 통신업체인 '큐텔'이 모든 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1998년 약 45%의 큐텔 지분을 국내 일반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지분이 많아 국영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카타르는 걸프만 지역에서 네 번째로 '플래그(flag)'라는 글로벌 광케이블 통신망에 연결될 예정이어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 통신망은 영국에서 시작해 15개국을 경유,일본까지 도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광케이블 망이다.

지금까지의 입찰 경쟁에서 선두에 선 기업들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로 서방 이동통신회사들. 최근 큐텔이 발주한 1억달러 규모의 '제4단계 GSM 이동통신망 회선 확충사업'도 프랑스의 알카텔과 미국의 모토로라가 공동 수주했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에티살랫과 쿠웨이트의 MTC,이집트의 오라스콤 등 '중동 형제국가'소속 통신회사들이 다수 뛰어들면서 입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시아지역 통신회사들의 추격전도 치열하다.

특히 싱가포르는 올초 큐텔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진출을 위한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복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이달 중 입찰 제안서를 최종 마감한다. 이 가운데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 1곳을 선정해 오는 10월께 제2 이통사로 공식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