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쏟아낸 애매한 말들이 '내신 논란'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지난 4일 이장무 서울대 총장 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의 조찬 회동 후 공동 합의문을 통해 "내신 반영비율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명확한 내신 반영비율을 밝히지 않고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얼버무림으로써 갈등의 불씨를 남겨 놓은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교육부가 6일 내신 반영비율을 30%로 확정함으로써 현실로 드러났다.

대학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율을 정한 것은 대교협과의 합의를 깬 것 아니냐는 질문이 빗발치자 김 부총리는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어차피 그런 일(내신 반영비율 결정)은 교육부가 담당하는 것이고 다양한 조사를 해본 뒤 비율을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내신 반영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금년에는 가급적 최소 30% 수준'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가급적''최소'라는 말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김 부총리는 "세금 정하듯 몇%라고 할 수 없고 교육적 측면에선 오히려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면서 "상호 신뢰가 중요한 만큼 적어도 지금은 모든 대학이 원칙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행정·재정적 제재 방침에 관해서는 "정책 기조가 제재보다는 대화로 풀자는 쪽으로 바뀐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앞으로 만들어질 위원회에서 제재 방침을 검토할 수 있다"는 다소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교육부가 불분명한 표현을 사용해 혼란을 자초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눈치를 살피느라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정책이 바뀔 것을 감안해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