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스티렌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동아제약이 개발한 위염치료 천연물 신약 스티렌이 '예상을 넘어선' 연간 5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리자 제약사들이 잇달아 천연물 신약을 향후 신약 연구개발(R&D)의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

천연물 신약이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이용해 만든 신약으로 스티렌은 쑥 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천연물 신약은 인체에 독성을 보일 우려가 적고 기존 화학합성물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때보다 R&D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천연물 신약개발 촉진법'을 제정,국내 제약사들의 천연물 신약 개발을 장려해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동아제약이 180억원의 R&D비를 써 개발한 스티렌이 작년 한 해에만 44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최근 중국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자 그동안 합성화학물 신약개발에 주력하던 제약사들이 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이다.

유한은 지난 5월 천연물 신약개발 전문 벤처기업 KMSI와 포괄적 R&D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골관절염 신약을 비롯해 KMSI가 현재 개발 중이거나 향후 개발할 모든 천연물 신약에 대해 공동 R&D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약물의 안전성이 강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천연물 신약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중 신약 R&D 능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LG생명과학도 최근 중기 R&D 계획을 발표하면서 천연물 신약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만성질환의 상당부분이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의 합성신약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며 "합성신약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과 더불어 천연물 신약에 대해서도 R&D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원제약의 경우 서울대 약대와 공동으로 감초 추출물을 이용한 간염 치료제 개발에 조만간 착수할 계획이며 녹십자,광동제약 등도 천연물 신약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천연물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은 저렴한 R&D 비용 외에도 급성장하는 중국 의약품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중국 의약품 시장은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신약은 성공하기 힘들다"며 "중국은 천연물을 이용한 한약 처방의 역사가 깊기 때문에 천연물 신약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