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좀 살 것 같네요. 사실 작년에는 다들 한숨만 푹푹 쉬었죠. 지난 2월부터 나아지고 있어요."

요즘 휴대폰 업계 소식통들의 입가에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작년보다 좋다는 반응일색이다. 하반기엔 삼성전자가 세계 2위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LG전자가 두자릿수에 근접하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나타낼 것이란 예측이 나올 정도다.

월별 실적을 보면 호조세를 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중 5개월이 작년보다 낫다. 지난 2월 휴대폰 수출실적(19억8000달러)이 작년 2월(20억2000달러)보다 못했을 뿐이다. 4월의 경우 최고 18.5%나 증가하는 신장세가 나타났다.

특히 올 6월 실적은 23억1000달러에 달했다. 7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월별 최고치인 작년 11월(24억8000달러) 실적에 근접한 수치라는데 의미가 있다. 이런 추세라면 프리미엄(고가) 제품의 차별화에 실패하고 신흥 시장진출이 늦어 고전했던 지난 3년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국내 휴대폰업계에 '부활의 종소리가'가 울리고 있는 것은 전략변화 덕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신흥시장에 100달러 미만의 중저가 모델을 적극적으로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신흥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저가이미지에는 알레르기식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지성 사장이 애니콜 사령탑으로 들어서면서 전략변화를 시도했고 최근 세계 2위인 모토로라를 추월하기 직전까지 왔다. 실제로 모토로라와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4분기에 '22.0% 대 10.8%'로 벌어졌으나 지난 2분기엔 '15.3% 대 14.5%'로 비슷해졌다.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점유율 5.8%에서 6.4%,7.2%로 증가추세다.

신흥 시장의 대표격인 인도에서 실적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키아 등 경쟁사에 초반 우위를 뺏겨 고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이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인도 공장을 현재의 3배인 500만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전자도 인도 생산시설을 증설할 예정이다.

신흥 시장에 값싼 모델을 쏟아붓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을 놓지 않았던 것도 주효했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울트라에디션2'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며 지속적인 판매 호조를 보였다. LG전자는 '초콜릿폰'에 이은 후속작 '샤인폰'으로 순항,호전양상이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이 기세를 몰아 하반기에 프리미엄 휴대폰 8종 이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세계 2위 업체인 모토로라가 상대적으로 맥을 못추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의 실적호전으로 이어졌다. 모토로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레이저'의 후속모델로 '크레이저'를 내놨으나 참패했다. 차기 모델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공백기에 국내 업체들이 치고들어간 것이다. 모토로라의 회복이 상당기간 걸릴 것이란 전망도 호재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