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도 기업들의 기대심리는 거꾸로 급랭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도소매판매가 호조세를 보이고 지난달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제조업체들의 업황전망지수(BSI)는 한 달 만에 무려 5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수출을 늘려가면서도 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예상을 뛰어넘은 수출 호조

2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월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은 323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9% 늘어 17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 5월 수출액(312억5000만달러)을 무려 11억달러 이상 넘어서는 호조세다.

상반기 전체로는 수출이 178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늘었다.

수출이 급증한 것은 한국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웬만한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오정규 산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세계경기 호조"를 수출 급증의 이유로 꼽았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이 글로벌화에 성공함에 따라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개도국 시장의 수출 비중이 2000년엔 49% 수준이었으나 64%(지난 1분기 기준)로 높아진 점도 수출을 견조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출혈수출 우려도 제기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중소기업 수출이 최근 많이 늘고 있다"며 "수출 물량을 늘려놓는 것이 계속적으로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금융이나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혈수출을 감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조사'에서도 이 같은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제조업체들의 BSI가 86으로 전달(91)보다 무려 5포인트나 하락했는데,채산성(88→84)에 대한 기대치가 매출(108→105)과 설비투자(102→100)에 대한 기대치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소기업(89→83)이 대기업(94→92)보다,수출기업(96→90)이 내수기업(88→84)보다 더 큰 폭으로 기대심리가 하락한 것도 수출채산성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제조업체들이 꼽은 경영애로 사항으로는 원자재가격상승이 19.9%로 가장 많았고 내수부진(18.8%) 환율하락(14.4%) 경쟁심화(11.6%)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심리 위축 부담될듯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올 들어 처음으로 꺾인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7~8월이 계절적으로 비수기라는 영향도 있지만 기업 부담이 가중된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서도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8.4로 전달(92.4)에 비해 하락,지난 4월(96.2) 이후 3개월 연속 떨어졌다.

KOTRA는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상반기(14.7%)보다 대폭 떨어져 12.4%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수출증가세가 하반기에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성완/박준동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