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서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을 높이라는 정부의 방침을 묵살키로 의견을 정리함에 따라 서울 주요 사립대가 시작한 '내신대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조짐이다.

전체 사립대가 공동으로 내신문제에 대응할 경우 정부가 사태를 진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립대에 행정·재정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2008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혼란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역대학 지방대 기회균등할당제 대입제도 맞교환

지금까지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 논쟁은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의 문제였다.

지방 소재 사립대의 경우 정원만큼의 신입생을 채우기가 힘든 상황이어서 어떤 전형 요소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자녀 등 소외계층을 매년 6만4000명씩 정원 외로 선발하는 기회균등할당제를 실시하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의 경우 학생 확보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 감축이,지방대는 기회균등할당제 폐기가 지상목표"라며 "서울과 지방 소재 사립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사립대들이 두 방안을 묶어 정부에 반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의견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 지도부와는 달리 다른 대학 총장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실제로 성균관대 삼육대 동덕여대 총장 등은 이번 발표와 관련,대학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자칫 교육부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사립대 총장들의 토론회와 같은 시간에 개최된 국·공립대 총장 토론회에서는 내신대란보다는 국립대 법인화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한 국·공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조치에 대해 의견을 모아본 결과 대부분의 대학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강경대응방침 재확인

대학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의 태도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날 대교협 세미나에 참가한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정부가 정한 방침의 테두리 내에서 대학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을 대학이 당초 발표한 명목 반영 비율 수준인 40~50%로 높이고 내신 등급별 점수를 차등하지 않으면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세부적인 사항은 대학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부총리와 대학 총장들의 세미나는 당초 기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사립대들이 내신안에 반발하는 등 변수가 많아지자 비공개로 전환됐다.

◆수험생 혼란 극에 달할 듯


당장 2008학년도에 입시를 치러야 할 수험생들은 사립대들의 집단 반발로 대입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학들이 집단으로 교육부의 방안을 거부하는 사태가 생길 경우 내신만 착실히 준비해 온 학생들은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내신을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들도 대입안이 어떻게 확정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수능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