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손은 세계 60여개국에 연간 40여만개의 시계를 자체 브랜드로 수출한다. '로만손'은 중동과 터키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에서는 최고급 브랜드로 대접받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창업 이후 3년 사이 회사를 문닫을 위기로 몰고 갔던 세 가지 사건을 오늘날의 로만손을 있게 한 '3대 시련'으로 꼽았다.

◆일본 OEM 하루아침에 끊겨

설립 초기 다른 중소 업체와 마찬가지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던 로만손은 하루아침에 판로가 막히는 상황에 처한다.

유일한 납품처이던 일본 업체가 채산성을 이유로 수입선을 홍콩 업체로 바꿔 버린 것.김 회장은 "OEM이라는 게 하청밖에 안 되고 손에 남는 것도 별로 없었다"며 "하나를 만들어도 내 브랜드로 하자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커팅 글라스' 시판 1년 만에 짝퉁 범람

시계 유리 표면을 보석처럼 입체적으로 세공해 만든 '커팅 글라스' 시계는 로만손이 독자 기술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첫 제품.1990년 시판 이후 바이어들이 선금을 주고 물량을 확보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듬해 중반 주문이 뚝 끊겼다.

홍콩 시장에서 쏟아져 나온 '짝퉁'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커팅 글라스'에만 안주하고 있다가 매출이 급감해 고생했다"며 "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걸프전 발발로 수출길 막혀

1990년 8월 발발한 걸프전이 장기화되면서 수출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당시 중동지역 수출 비중이 80%를 넘었던 로만손에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영리한 여우는 굴을 여러 개 파 놓는다는 속담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며 "터키 러시아 미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 지역을 넓히느라 전 세계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