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美 헤지펀드 부실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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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가 청산 위기에 몰리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다시 월가에 드리우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 중 청산 위험에 빠진 곳이 더 있다는 설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발(發) 헤지펀드 위기는 베어스턴스에서 촉발됐다.
베어스턴스가 운용 중인 헤지펀드인 HGSC와 HGSCELF는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근거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CDO)에 200억달러를 운용해 왔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헤지펀드도 20%가량의 손실을 봤다.
손실이 갈수록 커지자 펀드에 투자했거나 돈을 빌려줬던 메릴린치 JP모건체이스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CDO를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청산 위기에 몰린 셈이다.
실제 메릴린치는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일괄 매각키로 해 청산은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다.
베어스턴스는 부랴부랴 메릴린치와 협상을 통해 일괄 매각을 일단 중지시켰다.
이와 함께 32억달러(약 3조원)를 HGSC펀드에 긴급 지원키로 지난 22일(현지시간) 결정했다.
투자자와 채권자의 환매 요청을 충당하겠다는 의도다.
32억달러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에 36억달러가 지원된 이후 헤지펀드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긴급 지원 자금이다.
베어스턴스의 결정으로 HGSC는 일단 청산 위기를 넘겼지만 파장은 오히려 확대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에 주로 투자한 헤지펀드가 상당수인 만큼 이들 헤지펀드도 청산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37%나 떨어졌다.
만일 헤지펀드가 청산될 경우 관련 채권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와 채권값이 하락하고 금융시장은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베어스턴스도 이 같은 파장을 우려,긴급 자금 지원을 통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서브프라임과 연계된 채권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고 있어 채권값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분석(뱅크오브아메리카)도 나오고 있어 월가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