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비용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노조의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요구안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내수침체와 원화강세,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경영난을 감안하면 노조 측 요구를 들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나친 노조 측 임금 인상요구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안을 받아들여 임금 12만8805원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기본급 대비 8.9% 인상을 요구한 것.여기에 현대차 노조는 당기순이익의 30%를 노조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도 임금인상 외에 △생계비 부족분 200% 지급 △분임원 수당 1만2000원 지급 △사내 모듈공장 설치 등을 회사 측에 제시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의 30%를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주주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배당 요구가 높아져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올초부터 원가절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차량 설계 단계를 비롯해 모든 생산과정에서의 낭비 요인 제거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차 개발 프로젝트까지 연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순이익의 30%는 작년 실적(순이익 1조5000억여원)을 기준으로 할 때 4500억원에 달한다"면서 "해외공장 투자와 친환경차 개발 등에 매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요구"라고 말했다.

◆계속 악화되는 실적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최근 몇년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데다 중국업체에 쫓기고 일본 업체에 밀리는 '샌드위치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에 국내외 시장에서 38만7463대의 차량을 팔아 6조6841억원의 매출과 29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는 7.4%, 매출은 2.6%,영업이익은 13.1% 각각 감소했다.

연초 노조의 '성과급 파업' 및 원화 강세 등의 여파 때문이다.

기아차는 1분기에 737억원의 적자를 내 4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 구조적 요인이 전혀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것.원화강세와 고임금 구조로 인해 원가구조는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율은 2003년 74.6%에서 지난해 83.8%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제조원가 비율도 79.1%에서 85.9%로 증가했다.

사상 최고의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도요타의 제조원가 비중이 70%대인 것과 비교된다.

여기에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매년 임금을 올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과 원화강세 등이 지속되고 있어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 노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태"라며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현대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